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억지에 떼고집

햇꿈둥지 2006. 5. 29. 13:15

 

 

"토마스님~!

 만약에 말 입니다  누군가가 가출을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막상 튀어 나와서 보니까 머 집구석이나 집 밖이나 그저 그렇더라...

 그래도 어쨌든 맘 먹고 튀어 나온거니까

 여기 저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그럭저럭 시간은 가고...하다 보니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 가고는 싶은데 그게 뭐 쪼끔 멋쩍기도 하고 모~ 이렇더라

 그런데 바로 이런 때에 아주 마음 맞는 이가 하나 있어 '그래 까짓거 내가 손 잡고 같이 갈테니

 우리 함께 집으로 가자' 상황이 이렇게 되면 들어 가는 넘 맘이 쫌 편치 않겠습니까?"

 

"아 그런데 누가 가출 했냐구요~~~"

 

"아니요

 말 하자면 상황이 비스므레 하다는 거지요"

 

"아 무슨 상황이 비스므레 하냐구요~~~"

 

비유가 아닌 실제의 상황을 설명 하자면

 

이곳 치악 골짜기로 서식처를 옮긴 뒤에

먼 안양으로부터 용소막 성당으로 교적을 옮겨 놓은 후

신자분들 대부분이 연세드신 분들이니

아이들 하고 놀아 주랴

성가단 일 맡아하랴

사진 찍어 드리랴

이 일 저 일을 떠맡아 하다가...하다가...

 

집 짓는 일이며

집 다 되고나니 주말마다 손님들 오시지

차츰 차츰 띄엄 띄엄...이 이어지다가

에라이~

발라당 방학...이 되어 그럭 저럭 5년여의 시간이 지나 버렸다

 

몇일 전

저녘에 아내와 술 한잔을 하다가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 가자는 아내의 얘기를 듣고는

멀리 계신 토마스,별꽃님께 억지에 떼고집을 부려

결국 두 분이 집 나갔던 늙은 양 한마리와 폐계닭 한마리를 제자리로 인도하는 중책을 떠 맡아 주셨다   

 

신부님도 바뀌고

수녀님도 바뀌고...

 

성가대원들의 반가운 인사며

연세 드신 분들과의 반가운 인사 끝에 할머니 한분께서 한참을 들여다 보시다가 하시는 말씀이

"거 사진쟁이 양반 아니래유?~"

"아니 으디를 갔다가 이제서야 왔대유?~"

 

"할머니 사실은 사진관이 망해 가지구유  저기 아프리카 나라에 가서 오년 내내 눈 치우는 일을 하다가 다시 왔대유~"

 

"아이구 그랬대유? 그기두 눈이 음청나게 오는 모양이지유~"

 

모 기냥~ 이렇게 넘기던 중에

새 수녀님께서 물어 보십니다

 

"본명은 뭐라고 하시나요?"

 

"네에~ 평소에 술도 많이 먹구 그래가지구요

곤드레만드레 라고 합니다"

 

"????????????? 갸우똥~~~~~"

 

하미 을매 못 갈 것 같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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