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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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별리,

#.아흔 일곱 생의 끝은요양병원이었다.#.병원으로 떠나는 구급차에서자꾸영안의 그림자를 본다.#.마을에서 제일 먼저 불을 밝히던 할머니의 창은어둠 속의 어둠,다시마을 안 빈집 하나로 남았을 뿐,#.하필이면 바람 불고 추워지는 계절에손 흔들던 모두의 가슴에 찬바람 한줄기 서리서리 감겨든다.#.제 발아래 그늘을 지던 나뭇잎들이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져여름의 전설을 도란거릴 때하늘은 맘껏 푸르고맑은 허공 가득 추위만 빼곡했다.#. 그리하여 나날이맘 놓고 된서리,#.뒷 산에 올라 누워 마른나무 한 짐을 져 내리는 일,#.숲 속 조차 삶과 죽음은수직과 수평으로 구분되었다.사람의 일 또한...#.잎도 가지도 없으니나무 본디의 성품을 알 수 없는 일, 어중 떼기 나무꾼 노릇의 결과로팔과 목에 번진 옻 알레르기를 끌어..

소토골 일기 2024.11.12

단풍 등고선,

#.아침마다 시린 이슬 내리고허공은 셀로판지처럼 투명하다.#. 이슬이 내리고나뭇잎이 떨어지고온갓 것들이 떨어져 내리는 겸손한 계절,#.폐포 가득허공을 담고작은 계곡의 물소리를 담고이제 막 떠 오르는 햇볕을 담고세월을 담고도그저 텅 빈 걸음으로 바람처럼 걸을 뿐인 새벽 운동 길,#.가을 둘러 볼새 없이겨울 준비에 등 떠밀려나날이 동동걸음,#.뒷 산 정수리가 어느새 헐렁해지고고양이 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던 단풍은잠시시골 누옥의 마당마저 채색 중,#.얼마 남지 않은 화살촉 홑잎들이태양빛보다 붉다.#. 기대보다 형편 없이 자란 무 배추거니알뜰히 거두어 김장을 하기로 한다.처가 형제들이 우르르 모여밤 깊도록 도란거릴 일이니김치 맛 관계없이 행복할 수 있겠다.#.아궁이 옆에 땔감이 차곡하고사람의 등이 사람으로 따듯할..

소토골 일기 2024.11.06

벗어나다.

#.가을 징검비 탓에비가 새던 창고 지붕 교체 작업은 연기 또 연기를 해야 했었다.#.하필이면병원을 가기 바로 전날앞 동네 뒷 동네 내 동네의 친구들이 우르르 모여하루종일을 뚝딱인 끝에 새 지붕 씌우는 일이 마무리는 됐으나몸은 천근,#.저녁 잠자리에 누우니온몸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다시 1년 만에PET 영상 자료를 한참 훑어보던 의사가 말했다"깨끗합니다 이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습니다""병원에 안 오셔도 됩니다"#.의사의 표현에도 불구하고그 병,내 안 본래의 자리에 가만히 옹크려 있음을 안다#.병도 나도12년 세월은 서로를 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그럼에도 아내는 기어이1년 후의 검사와 진료를 예약했다 #. 병원에서 병으로 정들었던 이들 중아직도 아프거나더러 세상에 있지 아니한 인연들을..

풍경소리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