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전체 글 1846

맘 놓고 겨울,

#. 1년 만의 검진,의사 선생님은 이제 그만 오라고 하고환자인 나는 한사코 또 오겠다고 하고것 참~#. 상강이 지났으니서리가 내리든얼음이 얼든 하늘 탓 할 일 하나도 없겠지만#.단풍이 되어 보지 못한 나뭇잎들이푸석한 얼굴로우수수 쏟아지는 일,#.괜스레 딱한 마음,#.그리하여시월의 마지막 날,산꼬댕이 뜨락은맘 놓고 겨울이다#.아내가 아주 조심스럽게 기동을 시작했다.#.몸무게는 반,잔소리는 곱,#.오전에 시작한 수술이자정 넘은 시간까지 이어지던 그 밤,뼈저리게 느꼈었다내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은이 세상 가운데홀로 살아남는 것이란 걸,#.그러니그까짓 잔소리 배로 늘려하든 말든,#. 건강 검진을 예약 하겠노라고 찾아간 사람팔뚝지를 걷게 하고는한쪽에는 코로나를또 한쪽에는 독감 백신을 주사 하였으므로살짝 어지럽고..

소토골 일기 09:13:56

시월 허공의 삭풍,

#.여러 날 비 내리다가은총처럼 반짝 햇볕이 든 날,#. 시월의 물기를 머금어 눅눅하던 이불을 빨아산골 빨랫줄에 널었다.#. 질척한 날들을 젖은 걸음으로 돌아온시월,#.빨래 사이의 하늘이새로 끊어 널은 옥양목 빛으로 조심스럽게 푸르다.#.첫새벽에 잠 깨어법화경 한 줄을 읽던 시간#.먼 도시로 떠난 친구가 보낸뜨겁고 거룩한주님의 말씀 한 송이,#.지난 저녁 티비마다이른 서리가 올지도 모른다고 입방정 이더니새벽좁은 창문 틈새를 밀치고 들어서는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 한 줄기,#.입 벌어지게 더웠던 지난여름을다독다독 용서하고함실 고래 가득 불을 넣어야겠다.#.연일 흐림과 찔끔 비 끝에문득 추워진 오늘 아침,도시의 동무들은 강령하신지씰데없는 오지랖,#.노다지 성당엔 은제 올 거냐고 염불을 하시는 아랫집 할머니가 ..

풍경소리 2025.10.24

가을 유영,

#. 이동식 서가 하나를 마련했다.#.냉장고 좁다고냉장고 하나 더 사는 아내와#.쌓인 책이 많아졌다고서가 하나 더 세운 나,#.천생의 연분,#.10월 열여드레의 날을 되짚어 보니열이틀 비가 내리고닷새 동안 흐리고,#.결국듬성하게 흐린 날들을 만들어쓸데없는 비 뿌리느라고 고생하신 하늘의 휴식기를 마련 하거나또 다른 비를 준비하거나...#. 그리하여 이 고운 가을날들을찰박찰박 젖은 걸음으로 건너기, #.공통의 가을 패션은 비 옷이 되고도빨강 우산파랑 우산찢어진 우산,#.이번 가을엔물기 가득한 기억들로눅눅하게 외롭고질척하게 그립고,#.이 가을 끝나기 전에등때기에 지느러미 하나 솟을 것 같다.#.오랫동안 치료 하던난청은장애 진단을 발급하는 일로 종결되었다.#.그리고는보청기라는 보장구의 처방,#. 그러나무심한 ..

소토골 일기 202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