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손 흔들어 봄을 보낸다

햇꿈둥지 2006. 5. 25. 12:53

 

봄 이울도록

허리 한번 시원하게 펴 보지 못한 할미꽃은

이제 뻐꾸기 소리 낭낭한 허공에 씨앗을 뿌림으로써

그렇게 꼬부라진 허리로

또 돌아 가려나 보다

 

덩굴손을 가진 녀석들은

오월의 서른 하루를 꽁 꽁 묶어

기어이 유월의 덜미를 움켜 쥘 자세다

 

 

물상추 세뿌리 띄워 놓았다

아직 어린 모습이라서

좁은 물그릇 임에도 빈자리가 더 크다

 

팁인지...

물상추 품에서 쏟아져 나온 아기 물상추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또...

 

봄이면 꽃 그늘,

여름이면 초록 그늘 아래서 늘어진 낮잠을 즐기던 장군이 녀석을 옮겨 놓았더니

 

버려진 채로

하루 종일

지나는 바람만 붙들어 놓고 희희덕 거리는 그늘의 쉬는 꼴을 두고 볼 수 없길래

이런 저런 잡동사니를 치우고

흙 퍼다가 정지 작업을 할 겸 나무 주변으로 어설픈 축대 쌓기를 시작했다

 

일 중에

제일 상노가다가

삽질에 돌 들어 옮기는 일...

 

박혀 있던 돌들을 지렛대로 꺼내 쌓고

집 오름 길 옆 도랑의 흙을 퍼다가 메우는 일을 시작 했는데

마당끝 돌 쌓는 일이 제법 정리 될 무렵,

 

딱 하나만 더 쌓았으면 좋겠길래

여기 저기를 두리번 거리다가

저어~ 아래 이장네 밭가에 딱이다 싶은 돌 하나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내려가 번쩍 들었더니

에구머니나~~~~

크기도 제법인 뱀 한마리가 동글 동글 쉬고 있더라

그 돌 집어 던지듯이 덮어 놓고는

한달음에 한 키쯤의 축대를 뛰어 올라와 가슴을 쓸어 내린다

 

찾아와도 반갑지 않은 친구를

쫓아가 뒤져서 만나고 왔네...

 

집 짓는 동안

집들이 선물 삼으라고 후배 하나가 먼길을 달려 와 전해 주고 간 전선통 탁자가

이리저리 해 봐도 자리가 마땅치 않아 그만 애물단지가 되었었는데

이 그늘 아래 자리 잡아 놓고

울퉁 불퉁 의자라도 맞추어 놓으면 그런대로 쓸만 할듯...

 

그늘도 넉넉하고

바람도 시원하니

일 다 끝나면 신장개업식이나 해 봐야겠다

 

오실 분들

손들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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