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916

삽 한자루의 의미

집 귀퉁이에 붙여 만들었던 수도가 세해의 겨울동안 얼었다 녹기를 반복 하더니만 드뎌 나오는 량 보다 밑에서 새는 량이 많아졌습니다 판단컨데 당연히 그늘짐이 가장 많은 기초 부분에 물이 고일 것이고 그리하여 손 써서 막을 일이 덩치 큰 짐 덩어리가 될 것 같아 얼기 설기 대충 대충...해 놓아서 흥부 마누라 치맛자락 같이 너덜해진 콘크리트를 깨어내고 장독대 옆으로 옮기기로 합니다 강원도 땅 파기... 삽으로 보다는 곡괭이의 사용량이 훨씬 많은 고된 일, 돌 틈에 흙이 묻어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 할 만큼 크고 작은 숱한 돌들이 나오고 당연히 진척없이 작업 시간은 늘어만 집니다 1미터쯤만 더 파면 마음에 딱 드는 자리에 수도를 설치 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시큰거리는 손목이며 어깨의 통증 때문에 기어이 꼼수를..

소토골 일기 2006.05.06

풀(草) 코스 정식

신새볔 뇌우에 잠을 깨다 그렇잖아도 아침 잠 없어 손잡고 산지 삼십년이 다 되어 가는 아내와 궁합 시비를 벌이곤 하는데... 시계를 보니 네시 사십분쯤, 자리를 털고 뜨락을 내려 선다 산 속 늦은 걸음으로 싹을 틔운 층층나무 잎이 싱그럽다 산 아래 저잣거리에선 이미 꽃잎을 떨구었을 금낭화 이제 비로소 피어나고 있다 조금씩 빨라지는 아침 솟대 끝의 목조 새들은 어둔 비상을 마치고 정연히 앉아 하늘을 마신다 싹 틔우기에 실패한 백련... 큰 그릇의 물은 백련을 담는 대신 어두운 하늘만 가득 담고도 의연한데 비비추며 할미꽃 새볔 공기보다 싱그럽다 심은지 이태가 지나도록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포도나무 땅바닥을 포복하며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길래 용접하고 앵커 박고... 뚝딱 지지대를 설치해 주었다 감자 심기는..

소토골 일기 2006.05.01

마당쇠의 진수

기계만 있으면 뭐든지 척 척 되는 줄 알았다 마을에 사는 이장처럼 순식간에 밭갈고 이랑 짓고...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저노무 관리기 몸체에 구굴기라는 것을 일일히 조립, 연결하는 과정에서 부터 무진 무진 애를 썼고 땀을 흘려야 했다 사용설명서의 그림을 보다가 결국은 마지뜰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종구씨를 찾아가 현장 학습을 마친 뒤에도 조립은 쉽지 않았다 결국 거름 펴는 일을 마친 종구씨의 방문 지도로 조립을 마쳤는데 아침 일곱시부터 주무르기 시작한 일은 열시반경에나 끝이 났고 드디어 농사철 마당쇠의 진수를 보이기 위해 600평 너른 밭에 이랑 짓는 일을 시작 할 수 있었다 삐뚤 빼뚤 쪼끔 강원도스럽긴 해도 어쨌든 내 손에 의해 움직인 기계가 의도대로 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소토골 일기 2006.04.16

황사 주의보

"가급적 이면 실외 활동을 자제 하시고 부득이 하게 외출을 하실 경우에는 마스크 등을 착용 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기관지가 약하신 분들은 각별히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티븨에선 어제부터 황사 주의보를 발령 했고 가급쩍 될 수 있는 한 밖에를 나가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절기 따라 때 맞추어 해내야 하는 농사일, 황사 주의보가 아닌 횡사(橫死)주의보가 내려도 감자 심고 옥수수 심어야 하는 일... 흐린 물속에 등굽은 물고기 처럼 짙은 황사 속에 등굽은 아낙들의 모습이 마을 곳곳에서 보인다 순기 형님 마당에 내동댕이 쳐진 퇴비 100여포를 실어 올리고 한숨 돌릴 쯤 저녘 무렵에 찾아 오신 토마스,별꽃님 덕분에 조촐한 술자리가 벌어졌다 먼 도시에서 옮겨진 물 오징어 한마리 비록 죽어서라도 위..

소토골 일기 200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