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삽 한자루의 의미

햇꿈둥지 2006. 5. 6. 16:11

 

 

집 귀퉁이에 붙여 만들었던 수도가

세해의 겨울동안 얼었다 녹기를 반복 하더니만

드뎌

나오는 량 보다 밑에서 새는 량이 많아졌습니다

 

판단컨데

당연히 그늘짐이 가장 많은 기초 부분에 물이 고일 것이고

그리하여

손 써서 막을 일이 덩치 큰 짐 덩어리가 될 것 같아

얼기 설기 대충 대충...해 놓아서 흥부 마누라 치맛자락 같이 너덜해진 콘크리트를 깨어내고

장독대 옆으로 옮기기로 합니다

 

강원도 땅 파기...

 

삽으로 보다는 곡괭이의 사용량이 훨씬 많은 고된 일,

돌 틈에 흙이 묻어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 할 만큼 크고 작은 숱한 돌들이 나오고

당연히 진척없이 작업 시간은 늘어만 집니다

 

1미터쯤만 더 파면 마음에 딱 드는 자리에 수도를 설치 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시큰거리는 손목이며 어깨의 통증 때문에 기어이 꼼수를 써서 대충의 앞 부분에 자리를 잡을까...중에

지엄하신(?) 감독의 행차를 만납니다

 

이게 뭐냐?

일을 좀 내 집 일 하듯 해라

고거 쪼금 더 파는게 무어 그리 힘드냐...

 

혼자의 생각에도

기왕에 옮기는 거 그래 제대로 좀 해 보자

다시 비짓 땀을 쏟아가며 일미터 쯤을 더 판 뒤에

부속 구해서 수도 고친 뒤에 제대로 설치하고 나니

하루 해가 기울고 있더라 

 

빈둥 거리리라

되거나 말거나 있는 그대로를 100으로 끌어 안고

그냥 저냥 살아 가리라...생각을 하다가도

 

무언가 손에 잡히는 일이 없으면 병이 날듯한 시골살이...

 

허긴

이미 병 들었지...의식의 중병...

 

요즘 같은 철

신 새볔에 마을을 돌다보면 어김 없이 밭둑이며 논둑을 걷는 마을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모두들

굽은 허리에 뒷짐 지으신채 그 손에 들려 있는 삽 한자루

 

언제든

어디서든

땅과 농사와의 대면에 성실 할 수 있는 그들의 자세에서 

 

매일 매일을 곧게 펴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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