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볔 뇌우에 잠을 깨다
그렇잖아도 아침 잠 없어
손잡고 산지 삼십년이 다 되어 가는 아내와 궁합 시비를 벌이곤 하는데...
시계를 보니 네시 사십분쯤,
자리를 털고 뜨락을 내려 선다
산 속 늦은 걸음으로 싹을 틔운 층층나무 잎이 싱그럽다
산 아래 저잣거리에선 이미 꽃잎을 떨구었을 금낭화
이제 비로소 피어나고 있다
조금씩 빨라지는 아침
솟대 끝의 목조 새들은 어둔 비상을 마치고 정연히 앉아 하늘을 마신다
싹 틔우기에 실패한 백련...
큰 그릇의 물은 백련을 담는 대신
어두운 하늘만 가득 담고도 의연한데
비비추며 할미꽃
새볔 공기보다 싱그럽다
심은지 이태가 지나도록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포도나무
땅바닥을 포복하며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길래
용접하고 앵커 박고...
뚝딱
지지대를 설치해 주었다
감자 심기는 끝냈고
고추는 묘종을 키우는 동안 잠시의 여유가 있는 셈
부실한 기반 공사로 물도 새거니와 애시당초 잡은 자리가 맘에 차지 않던
장독대 곁 수도를 옮기기로 했다
지난 주에 다친 손끝이 아물지 않아 돌이 닿으면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의 통증이 있음에도
시멘트 틀을 깨어내고 땅을 판다
창고 끝 부분
올 봄 부터는 열심히 고사리를 꺾어 보리라 마음은 먹었건만
드나드는 길이 옹색해서 불편하던 터에
수도 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돌들로 길을 넓혀 보기로 했다
규모야 어찌 되었건
숙원의 토목 공사인 셈...
뒷 산의 취나물과
두릅
망초며
돋나물
그리고 씀바귀 섞은 이것 저것 까지...
산 중의 풀(草) 코스 정식이 준비 되었다
싹 틔워 자라는 동안 단 한번도 인위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 4월의 햇빛 조각들
자연 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