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
한문으로는 [穀雨] 라고 하니 꾸찌나무 잎이 돋고 모든 곡식의 생장에 도움이 되는 비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곡우에 비가 안 오면 가뭄으로 땅이 한발은 갈라진다더라...
어쨌든 본격적인 농사철의 시작으로
이것 저것 저것 이것 가릴것 없이 새순이 돋고 초록 푸름이 무성해 지는 절기의 시작쯤인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곡우의 소토골에는
가로로 오다가
세로로 오다가
아예 옆으로 오다가
어떤 때는 바람을 타고 위로 치솟기도 하다가
비를 섞어 내리기도 하다가
구슬 같은 우박으로 변신 하기도 하는...
눈이 내렸다
그리하여 올해의 곡우는 穀雪이 되었다
이런 우라질노무 날씨, 아니 곡우는 이곳 소토골로 서식처를 옮기고 처음이다
낮은 자세로 수줍게 피어나던 제비꽃이거나
고개 숙인채 허리를 두드리며 피어나던 할미꽃 이거나
이제 막 연록의 순을 키우던
층층나무며 산사나무의 잎들이 잔뜩 옹크린채 흰눈 속에 떨고 있음은 물론
이미 감자를 심고
상추와
쑥갓과
열무 씨를 뿌린 뒤인데...
이 녀석들이 얼어 죽지 않고 살아만 난다면 어떤 방법으로 요리를 해먹든
공통적으로 시원한 맛을 갖게 될 것 같다
어제는 정화조 치우러 왔던 똥차가 뒤뚱뛰뚱 집 아랫 길을 내려 가다가
한솔이네 감자밭 고랑 한켠을 아작을 내 놓고 갔다
당연히 한솔 할아버지의 노기 띈 고함을 현장에 있던 아랫집 아주머니가 독박으로 맞았고
느지막히 집에 들다가 사과 인사차 들린 내게는 한결 부드러운 이해의 말씀으로 건네졌었다
말씀은 좋게 좋게 잘 드렸다
"다른 차도 아니고 똥차가 그랬으니 올해 거름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귀 어두우신 한솔 할아버지께서는
"으응~ 그래 뭐 이제 끝난 일인데... 올라 와 차나 한잔 하지..."하셨지만
저녘 준비를 하던 젊은 한솔 엄마는 씽크대를 붙들고 웃고 있었다
아직도 바람이 불고
비의 끝자락,
보이는 모든 풍광이 질척하다
끝자락 너덜한 회색 구름이 낮게 앞산에 걸려 있으니
이제 그만 그칠 모양...
또 뭔가를 해야겠다
어쨌든 봄 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