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916

수 많은 복병들

3월 마지막 날(금요일) 아내는 딸녀석과 먼 안양까지 옷을 사러 갔단다 작업복 한벌이면 그만인 시골살이... 일찍 집에 들어 독작으로 쐬주 일병을 때렸다 스테파노가 포크레인을 몰고 다녀 간 뒤로 집 오름 길 아래로 매설 된 마을 공동 수도 파이프가 새기 시작 했다 봄 되며 녹기 시작한 땅 위로 무거운 장비가 지나는 통에 약한 파이프가 터진듯, 미안한 마음에 향자네 집으로 전화해서 사정을 알려는 놓은 터, 내일은 누수되는 부분을 파 헤쳐 보수 작업을 해야겠다 초저녘 잠결에 들리는 날씨 예보로는 주말 내내 비가 올 것이라고 한다 마을회관에는 다른 날 같지 않게 늦은 시간까지 불빛이 환하다 마을 안에서도 몇몇집이 벌써 감자를 심고 있으니 이제 밤마다의 마실도 끝 이려니 싶다 비몽사몽 잠에 취해 있는데 도착한 ..

소토골 일기 2006.04.03

일요일의 오류 인식에 대한 수정

하루는 지루 하건만 일주일은 달음박질... 또 주말이 되었다 사진으로는 대충 그까잇~ 정도의 수량 이지만 100포가 넘는 수량 얻어 온 차 라는 것이 더블 캡이라서 일도 더블로 걸려 들어 운학 까지 더블의 왕복 달리기 끝에 쫑이 났다 땅만 기름져서야 살맛이 나겠는가? 우선은 사람의 일이 기름져야 할 일... 쥔장이신 대장님을 꼬셔서(?) 새참으로 막걸리 한잔을 때렸다 원래 프로 일꾼은 이 정도 똥뱃장을 부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시골살이 어깨 넘어로 대충 익힌 결과 이지만... 저 공구(Table saw)를 사 들일 때, 아내는 상당히 비꼬인 심정으로 일침을 놨었다 공구 사는 재미로 시골 왔느냐? 농사는 안 하고 목공 일만 할거냐? 그리구 어차피 집 짓는 일도 마무리 된 판에 무엇하러 그 비싼 거 사 ..

소토골 일기 2006.03.20

창 안의 봄

마누라가 없다 기회다 무료한 한낮 이상의 쪽방에 펼쳐진 보자기만한 햇볕에 쪼그려 앉아 독작의 술판을 벌였다 안주 같은 건 이제 필요 없다 흰꽃잎 한장 떼어 띄우고 한잔 그리고 붉은 꽃잎 한장 떼어 한잔 이러면 되는 술판 나중에 꽃들이 왜 저 지경이냐고 다구치면 극성맞은 똥개 삼월이의 소행으로 돌려치면 그만이니 알리바이도 충분하다 경칩 지난 절기에 지구가 환장을 했나 유리창 너머엔 갈기 세운 바람들 난장을 일구는데 치마를 벗듯 한잎 한잎 술잔에 띄워지는 봄의 살갗 가슴 따 사 롭 다

소토골 일기 2006.03.13

말도 안되는 상황

건너 동네 루시아... 연구 대상이다 루시아도 연구 대상 이지만 그 남편인 베드로는 더더욱 연구 대상이다 마을 사람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술만 보면 반경 5미터를 벗어나지 못하는 베드로가 어느 날 온몸이 술통이 되어 기어 들어 왔단다 당연히 아버님으로 부터 일장 훈시를 들은 후 언잖은 기분에 바람을 쐰다고 마당 끝에 나온 이 친구 제 화를 삭히느라고 앞에 있는 나무둥치를 힘껏 후려 쳤다나...(태권도 학원 원장님은 정권 이라고 하지...)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앞집 영감님 앞 잇빨이 몽땅 빠져 있었다더라 쉬는 날 대부분의 일과는 비됴 때리기 이다 조선 바닥에 비됴로 나온건 모두 암기 할 수 있는 수준...대단하다... 결혼 전에 간호원 이었던 루시아는 내 마누라와 성님 동생으로 교분이 깊은 반면 나와..

소토골 일기 2006.03.10

다정도 병인양 하여...

주오일 근무제 시행 이 후 우린 늘 복병을 만난다 집을 지켜야 하는 우리가 있고 없고를 따지지 않거나 그까짓 있고 없고 정도는 귀신 같이 알아내는 이유가 우리 사는 지명에서 비롯 됐다고 정의해 버렸다 신림 한문으로는 "神林"이니 귀신 같이 알게되는 탓 이리라 사람만큼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명체가 없다고 했다 우리가 그렇지... 이제 계획한 내 프로그램의 손상 쯤에는 초연하다 허긴 뭐 아내와 합의되지 않은 내멋대로의 궁리 였지만 지난 주 일요일 새볔쯤에는 미명의 시간을 재촉해서 동해안을 한바퀴 돌아 칠 생각 이었다 어차피 농사철에는 일에 묶일 몸, 그 전에 여유롭게 새볔 바다를 볼 생각 이었으나 전날 밤 늦은 시간에 들이 닥친 처제 덕분에 두루뭉수리의 하루가 되고 말았다 사실 말이지 도시 살이건 시골 살이..

소토골 일기 2006.03.06

줄탁

겨우내 기다려 왔던 봄을 나뭇가지 끝에서 만납니다 뜰 앞 목련 나무 겨우내 삭풍에 울더니 햇살 퍼지기 바쁘게 싹눈을 키웁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싹눈에도 겹겹의 보온 장치가 있어 어느새 두꺼웠던 겉 껍질을 벗어내고 있습니다 계절은 사람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쑥 닥아 오곤 했었지요 병아리가 깨어남을 줄탁이라 하지만 이 또한 줄탁 아니겠는지요 이 봄날에 소토골 새식구 하나가 늘었습니다 먼 시흥에서 태어난 녀석이 이런 저런 사정 끝에 이곳 시골 살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 온 날이 삼월 삼일인지라 이름을 그만 "삼겹"이라 하였더니 너무 엽기적이라는 아내의 항의를 받아 들여 "삼월"이라 하였습니다 목 묶인 장군이의 하루 종일 제자리 맴돌기가 보기에도 딱하고 이 산중에 들여 무슨 고행일까 싶어 ..

소토골 일기 200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