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이웃(2)

햇꿈둥지 2006. 6. 8. 10:31

물놀이 사고로 일찍 돌아가신 선영이 형님 댁의 마나님께서

그럭 저럭 두 딸을 키우고 나더니

미련없이 후회없이 집을 팔아 치우고 시내로 떠나 버렸다

가끔 마을엘 들리는 그니의 입성은 나날이 엎그레이드 되어서

언제 저 밭뙈기에 엎드려 풀을 뽑던 아낙 이었나 싶게 변해 가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과장된 표현 뒤에서

그니를 보면 조금 우울하다

 

내 집 바로 아래 있는 그 집은 한동안 비워 있는듯 하더니

언제 부턴가 휴일이면 뚝딱 뚝딱 망치질 소리에 엔진톱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 주변 제멋대로 뒤엉킨 나무들이 베어지고 베어져서...

안 보이던 집벽이 드러나고 마당에 돌이 깔리고...하더니

 

어느 날

집 전화가 단선이 되었는지 먹통이 되어 버렸다

전화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대충의 짐작으로는 아랫 집 나뭇가지에 엮여 내 집까지 오르던 선이 나뭇가지 절단으로 함께 절단이 된 것 같은데

멀쩡한 선이 잘렸으면 마땅한 조치가 있었어야지...

내려가서 얘길 할까...하다가

이거 또 새로 들어 온 이에게는 텃세로 느껴질까 싶어

KT 아저씨들만 촌구석까지 출장을 해야 하는 곤욕을 치루고 말았다

 

그런데

다음 주에 또

아랫 집 엔진톱 소리가 들려 오고

그 뒤에 또 전화가 먹통이 되었다

 

슬 슬 속에서 천불이 나기 시작한다

 

무례하고

무엄하다

 

부딪히지 말고

승깔내지 말자

 

전화가 먹통이 되면 손전화로 버텨내자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도 왕창 먹통이 된다는 사실이다

까짓거~

인터넽은 하지 말자

 

이 바람에 또

KT아저씨들이 산골짜기를 왕림하는 수고를 했는데

이제는 아예 나를 붙들고 하는 소리가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이 일이 빚어질 듯 하니 얘기를 좀 하시라..."는 부탁 아닌 부탁인데

거 뭐 그까짓거 두번 가지구

조선 사람 삼세번이라구 세번쯤은 출장을 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리구

기본쩍으루다가는 얘기 이전에 멀쩡한 선이 잘려 있으면 스스로 적당한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의 문제를 배려하여 스스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얘기를 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새로이 만날 사람임에도

마음 나눌 길 없이 벽만 두터워지니

 

이 또한 우울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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