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초록 만남을 위해

햇꿈둥지 2006. 6. 15. 13:11

 

 

이틀째

바람 불고

번개 치고

천둥은 사납게 울고

 

초록으로 포동해진 치악의 늑골마다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듯 한데

뇌우에 놀란 장군이며 삼월이는 이 무슨 심사인지

집 밖에서 비를 흠뻑 맞고 있다

 

산 중에서 물개를 보는구먼...

 

진도개로는 잡종

똥개로는 순종...인 놈덜 같으니라구

 

너른 밭마다 기세좋게 솟구치는 풀들의 위세에 눌려

아이구~ 그냥 제조제를 확 뿌려 버려...하다가도

마음 돌리고 궁리 끝에

아내의 제의대로 1000와트짜리 전기 예초기를 하나 더 구 해서는

그저 자라 오르는 순서대로 저 자란 자리에 베어 눕히기로 했다

 

아랫집 이장네 밭을 보니

마누래가 밭가에서 분무기 호스를 늘여 주고 이장은 펄 펄 약 뿌리고 있구만

우리 집은

마누래는 밭가에서 전기선을 늘여 주고 있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베고 있다는 차이

 

그래도 행복하다

 

시각적으로 판별되는 농산물 선택의 기준이 아닌

건강한 먹을 거리를 만들어 나누고 스스로도 먹고 있음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시장엘 나가서 뺀롬히 다듬어진 배추 한 포기를 골랐다치자

이 행위의 주체는 나다

그러므로 내 의지를 가지고 내게 설정되어 있는 선택 기준으로 고른 것이다... 다만 결과물의 문제이지...

간과하고 있는 문제는

씨 뿌려 싹 틔우고

싹 틔워 가꾸는 일련의 과정에는

내 의지도

선택 기준도 어느 것 하나도 개입 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

그러므로 결과물에 대한 문제도

확신 할 수 없고

확신 할 수 없으므로 신뢰 할 수 없고... 그러함에도 사서 먹어야 하는 이런 세상...

 

장마머리가 분명한건지

내일 모래 또 비 예보가 있다

 

이 비가 장마가 되어 치악의 척추를 넘나들며 지루한 비를 뿌리고 난 뒤에는 벌거숭이 햇살을 피해 발가벗은 휴가철이 이어질테고

그 뙤약볕 아래

초록은 더운 단내를 뿜어대며

그늘 가득 매미소리 자지러질듯

 

하나

두울

세엣

.

.

.

.

열한번째 소토골의 여름

 

그리웠던 이들을

초록 그늘 아래서 만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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