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반딪불이와의 조우

햇꿈둥지 2006. 6. 16. 17:16

회식자리에서 곤죽이 되어 있었다

 

못된 버릇 하나,

피 할 수 없는 자리

분위기 조차 맘에 들지 않으면 일찌감치 꼬부라지고 말아 버린다

스스로를 술로 채워 버리고 나 혼자 술건곤 만건곤...이다

 

이쯤 해 놓고 혼자 물 간 놀음을 한다

멀쩡하게 일에 열심인 아가씨 불러서

카드가 되느냐?

한번 물어 봐줘라

 

된다 걱정 말고 실컷 먹어라

 

아 글쎄 카드는 카든데 의료보험 카드다

이런 류의 식어 빠진 농담 이거나

 

손님 많아 뒈지게 바쁜 주인을 억지로 청해 음식상 까지 불러 놓고는

바쁘신데 이렇게 와서 죄송 하다는 정중 하고도 김빠진 인사로

쥔장의 어이없는 웃음을 유발케 하거나...

 

어차피 술 마시는 회식 자리이니 이해를 구 할 것도 없을테고

다소 무례하다 싶은 것 들은 덜 취한 사람들이 이해 하면 될 일 일테고...

이해가 안 되면 다음부터는 안 끼워 주면 될 일 일테고...

허긴 뭐

최근의 버릇들 이지만

술 취한 만큼 현저히 말을 아끼는 버릇이 있다

술 마시기도 바쁘니까...

 

앞에 앉은 넘이 눈치껏 술을 따라 주지 않으면 휴대폰 호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웃기게도 이노무 것이 또 다른 유행이 되어

잔 빈 넘덜 마다 전화질에 열을 올린다

이동통신 회사에서 감사장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내의 왕복 달리기로

한밤중 치악엘 오르니

그 어두운 밤에 반가운 손님이 당도해 있었다

 

개똥벌레...

 

온전하고 완전한 빛을 내는 저녀석의 별명이 왜 개똥벌레 일까?

옛날 전염병이 창궐하여 애덜 키우기 어려운 시절에

제 명을 보존 하라고 예쁜놈 일수록 개똥이 개떡이로 부르던 연유에 기인한 것 일까?

유충의 먹이가 되는 다슬기는

그 뭐시 몸에 보양이 된다는 이유로

그나마 몸 붙여 살기 어렵도록 망가져 가는 개울 바닥에

다슬기 보다 다슬기 잡자는 사람 숫자가 더 많은 요즘,

어떻게 제 명을 보존하고도 이 깊은 산 중엘 날아 들었는지...

 

취기 낭자하여 촛점 흐린 눈에 힘을 모아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한 여름 지나

늦반디 몇마리가 창가를 기웃거리던 지난 여름들의 기억 뿐이어서

더더욱 반가울 수 밖에...

 

오늘 저녘 이 녀석을 또 만날 수 있으려나

늦도록 어둔 뜨락을 살펴 봐야겠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의 가슴 속  (0) 2006.06.23
놀다가 쉬다가...  (0) 2006.06.19
초록 만남을 위해  (0) 2006.06.15
이웃(2)  (0) 2006.06.08
이웃(1)  (0) 200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