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놀다가 쉬다가...

햇꿈둥지 2006. 6. 19. 09:10

 

이슬 마를 무렵부터 예초기를 가동하여

집 주변으로 숲을 만들어 가고 있는 풀들을 벤다

밭둑인지 풀숲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얼키고 설키운 풀들을 베고 나니 바람자락 마져 시원스레 지나 다니는 것 같다

 

언제 이렇게 익었는지

농 익은 산딸기를 한그릇 따서

참도 챙겨주지 않는 마누라에게 진상한다

 

기왕 주는 거

쬐끔 폼 잡고 정성 들여서 아트틱하게 담아 놓았다

 

뱀의 눈 처럼 윤기나는 산딸기 속에

유월의 익은 날들이 꼭 꼭 들어 차 있다

 

 

 

 

 

 

아이디어 하나

 

철물점에서 파는 철제 숫돌 받침대는 물에 닿거나 노천에 버려져서 쉽게 녹슬기 일쑤고 그 부식의 정도 보다 더 빠르게 양쪽에서 숫돌을 잡아 주는 스프링이 망가져 버려서 새로 사게 되곤 했었다 

그런대로 받침틀 없이 수돗가 돌에 기대어 쓰는 불편함을 견디다가

아예 마땅한 돌을 하나 구해서 홈을 팔까...궁리 했었는데

마땅한 돌이야 개울가를 뒤지면 구해질 일이겠으나 홈을 파는 일이 쉽지 않은 일...

억지에 극성을 떨면 홈이야 파 지겠으나

이 바쁜 철에 들인 노력에 비 해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 

 

마당가에 쌓인 나뭇토막 하나를 자르고

적당히 경사 두어 깎아 낸 후

쓰는 숫돌 중에 가장 큰 녀석의 길이와 넓이에 맞추어 홈을 파 냈다

물론

파낸 홈에 물이 괴여서는 안 되는 일이겠기에

홈의 끝 부분에 "V"자로 물빠짐 골을 내기도 했다

 

요거

대충 보아서는 그저 나무토막 하나를 자르고 깎아 숫돌을 괴어 놓은 정도 이지만

우리 흔히 칼이나 낫을 갈을 때 별도의 물통을 옆에 놓고 수시로 숫돌에 물을 뿌려주어야 하는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자동으로 급수가 되는 기능을 추가한

그리하여 나 사는 이 촌동네에서 국산1호쯤으로 명명해도 좋을 만큼

잔머리 총동원한 작품 이라는 것이다

 

일 바쁜 철에 아이들 장난 하듯...이라는 아내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마뜩치 않은 물건을 선택지 없이 사 들이게 되는 일과

시골살이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마련해 쓰는 성취감도 크다

 

 

바퀴가 망가져서 버려 두었던 두발 리어카를 개조 하기로 했다

우선은 두 바퀴를 새로 바꿔 끼우고 윗 부분에 결합되어 있는 적재함을 제거해 버린 후 분무 호스릴의 다리 부분을 맞추고 자르고 용접하여 이동 가능한 분무 호스릴로 개조 하였다

모터와 분리되어 있어 한몸으로 움직이기에는 불편함이 있겠으나 한여름 농사철에 약을 친들 얼마나 하겠다고...

 

그늘 아래 내 손으로 뚝딱거려 만든 장난감 정도의 장비들 이지만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돈 들여 사들임 없이

궁리하여 편의껏 만든 모든 것들이 스스로 대견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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