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유월을 거둔다

햇꿈둥지 2006. 6. 26. 14:46

 

집 옆산 늙은 구찌 뽕나무는

잎새 너른 그늘을 거느려 의젓 하더니 푸르게 매달렸던 오디들이

어느새 검붉게 익어 나무 주변이 검도록 떨어트리기를 몇일,

 

나무 아래 천막을 깔고 아이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린다

손등이며

손톱 아래까지 이내 검은 물이 들고 말았다

 

이렇게 거둔 열매가 5킬로그램 가량...

 

때를 놓쳐 땅에 떨어진 것이 태반인데도 적지 않은 량이다

 

 

오디 반

흑설탕 반으로 혼합을 한다

 

 

워낙 농익은 몸들이라 이내 제 안의 물기를 쏟아내니

세달을 기다리지 않아도

미리 녹아 내릴 것 같다

 

달포를 지낸 솔순 항아리는 주변만 기웃거려도

솔향기를 쏟아내고

항아리 가득 담겨 익어가고 있는 매실이며...

 

시골살이

땀 솟는 일들에 치여 허리가 휠 지경인데도

이렇게 하나,둘...

 

스스로 이루어 가는 일들에 아이처럼 행복하다

 

 

 

물가의 앵두도

이제 더 기다릴 것이 없겠다

 

마땅한 밀집 대롱이 있으면 아내와 마주 앉아 공중 부양의 아이쩍 놀이도 해 봐야 할 일 이겠으나

우선 급한대로

앵두주를 급조했다

 

소주 한잔에 앵두 세알...

 

우물에서 숭늉을 마시면 이런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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