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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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농사 일기

밭이 골짜기에 있으면 골병이 들 수 있다 ? 내가 사는 이 마을엔 몇개의 골짜기들이 있고 그 골짜기들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내가 둥지를 튼 곳은 소토골 이라든지 다시 그 너머의 골짜기는 외랑골, 웃새골, 버드내골, 거무내골...이런식의 아주 예쁜 이름들이 지어져 있고 마을의 모든 밭들은 그 골짜기에 있어서... 평생을 그 골짜기의 밭에 매달려 농사를 지어 온 많은 분들이 말년에는 골 골 골 골~ 앓다가 돌아 가셨고 우리 역시 그 골에서 말똥구리가 쇠똥을 뭉쳐 굴리듯이 열심히 열심히 농사를 짓다가 골 골 골 골~ 늙어 갈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이면 밭은 이렇게 골짜기 보다 능선에 위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사월의 서른 날들은 꽃잎처럼 져 버리고 황사 대신 이젠 송홧가루가 날릴 날들... 훨씬..

소토골 일기 2005.05.12

길을 묻습니다

원주 하고도 신림이라는 촌구석은 지척의 거리에 영동고속고로가 동해안으로 뻗어 있는 것 말고도 중앙고속도로가 휭 하니 뚫리고 제천으로 가는 길 영월로 가는 길이 기생 오라비 이맛빡 처럼 뺀도로미 뚫려 있으니 차 있고 신발있는 사람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길에 귀신 길 가듯 내 달아 상원사 오름의 맑은 계곡에 발 담가 희희낙낙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들리는 사람 모두가 물 좋고 공기 좋아 살기 그만 이라는 칭송 이지만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옛날 옛날 흙먼지 펄 펄 날리는 신작로 따라 고무신 가득 넘쳐 나는 모래알을 털어가며 저 먼 원주읍내 까지 나무 한 짐 내다 팔려면 한나절이요 뱃고래에서는 장마철 계곡 물소리 같은 공복의 울림이 지겨웠을 터인데 이것도 세상이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집집마다 가마솥 뚜껑 같은스..

풍경소리 200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