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여섯째 날 태풍 자락에 섞여 온 비바람의 서슬이 아직도 정숙하지 않다 6월의 설익은 바람 결에 하늘 깊숙히 솟아 오르던 키 큰 옥수수며 해바라기들은 속절없이 바닥에 눕혀져 있고 그렇게 망가졌다...싶었던 모든 것들이 장마 뒤 7월의 농 익은 햇볕 속에서 또 우수수 털며 일어나곤 했었다 먼 거리를 옮겨 심어.. 소토골 일기 2005.05.12
엉터리 농사 일기 밭이 골짜기에 있으면 골병이 들 수 있다 ? 내가 사는 이 마을엔 몇개의 골짜기들이 있고 그 골짜기들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내가 둥지를 튼 곳은 소토골 이라든지 다시 그 너머의 골짜기는 외랑골, 웃새골, 버드내골, 거무내골...이런식의 아주 예쁜 이름들이 지어져 있고 마을의 모든 밭들은 그 골짜기에 있어서... 평생을 그 골짜기의 밭에 매달려 농사를 지어 온 많은 분들이 말년에는 골 골 골 골~ 앓다가 돌아 가셨고 우리 역시 그 골에서 말똥구리가 쇠똥을 뭉쳐 굴리듯이 열심히 열심히 농사를 짓다가 골 골 골 골~ 늙어 갈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이면 밭은 이렇게 골짜기 보다 능선에 위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사월의 서른 날들은 꽃잎처럼 져 버리고 황사 대신 이젠 송홧가루가 날릴 날들... 훨씬.. 소토골 일기 2005.05.12
도둑 고양이 저 아랫녘 부터 어루만지듯 일일이 꽃불을 피우기 시작한 햇볕이 지치고 늘어져서 힘겨운 걸음걸이가 될 쯤...에야 치악 뜰에는 개나리며 진달래 또 목련이 피기 시작 합니다 하긴 뭐~ 이 봄에야 어디 꽃이 따로 있나요? 그 연하고 순한 모습으로 솟는 새 순이며 하다 못해 잡초의 순 까지도 모두 꽃 처.. 소토골 일기 2005.05.12
널 못 봤지 출근 길, 뭔 노무 차덜은 이리도 많은지 신호등 앞마다 명절 날 돼지 곱창처럼 미어 터지고... 좌회전을 해야겄는디... 겨우 내 차례까지는 될라나? 이런 중에 우라질... 내 앞에서 꼴까닥~ 신호등은 황색으로 까무러쳐 버렸는데 갈 길은 바쁘지 차는 밀리지... 에라~ 몰겄다 눈에다 .. 풍경소리 2005.05.12
장군에 멍군 시골 농협에 남루한 차림의 노인 한 분이 들어 오셨습니다 한참 동안 망설이시더니 어렵게 창구 앞의 여직원 앞에 서셔서는 "저~기 말여! 내가 농사를 좀 지어 볼라 그러는데 돈이 없거든... 여기 저기 알아보니 농협에서 이럴때 돈을 좀 빌릴 수 있다던데 나두 되겠는가?" '할아버지 여기.. 풍경소리 2005.05.12
깨어진 꿈들을 위한 기도 신림에는 현대화 된 가게가 하나,둘,서이,너이,다섯,여섯, 일굽 개가 있구요 농협도 있구요 약국과 약방도 있구요 쪼끄만 의원도 두개나 있구요 장차 진료 과목에는 상사병을 기어이 포함 시키겠다는 의사도 있구요 핵교도 있구 우체국도 있구 불 끄는 소방서와 경찰지서도 있구요 별거 .. 풍경소리 2005.05.12
초저녘 잠꼬대 무어 그리 사연 많은 세월을 살아 왔다고 초저녘 노루 잠에 이승에는 없던 인연을 만나 보랴 어둔 산이 품에 잠든 산짐승 심장 하나를 빌려 벌컥 벌컥 살아 움직이는 이 밤에 가난한 불빛 하나 밝힌 내 집 창은 은밀히 이 산의 내장을 훔쳐 볼 수 있는 창이 되어 살아 있음이 어찌 사.. 풍경소리 2005.05.12
길을 묻습니다 원주 하고도 신림이라는 촌구석은 지척의 거리에 영동고속고로가 동해안으로 뻗어 있는 것 말고도 중앙고속도로가 휭 하니 뚫리고 제천으로 가는 길 영월로 가는 길이 기생 오라비 이맛빡 처럼 뺀도로미 뚫려 있으니 차 있고 신발있는 사람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길에 귀신 길 가듯 내 달아 상원사 오름의 맑은 계곡에 발 담가 희희낙낙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들리는 사람 모두가 물 좋고 공기 좋아 살기 그만 이라는 칭송 이지만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옛날 옛날 흙먼지 펄 펄 날리는 신작로 따라 고무신 가득 넘쳐 나는 모래알을 털어가며 저 먼 원주읍내 까지 나무 한 짐 내다 팔려면 한나절이요 뱃고래에서는 장마철 계곡 물소리 같은 공복의 울림이 지겨웠을 터인데 이것도 세상이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집집마다 가마솥 뚜껑 같은스.. 풍경소리 2005.05.12
이별 연습 딸 아이가 먼곳으로의 유학을 준비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선택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文.創을 전공 하겠다고 한다 그 아이 앞에서 그저 네 선택을 존중하마... 학문이란 것이 어찌 먹이를 구 하기 위한 방편 이어야만 할까... 가슴을 채우고 평생을 갈고 닦아야 할 일... 그리하고도 玄學에 빠지.. 소토골 일기 2005.05.12
눈 잔치 이곳 산골살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눈 인색한 겨울을 난다고 입방정을 떨어 온 탓인지 어제는 발목이 묻히도록 많은 눈이 내렸다 산 넘어 800미터의 먼 길을 흘러야 하는 샘물이 고갈 증세를 보여서 이제 식수 비상사태에 돌입 하여야 하려나 보다...준비 중에 다시 원기를 회복해.. 소토골 일기 200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