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초저녘 잠꼬대

햇꿈둥지 2005. 5. 12. 09:01
무어 그리 사연 많은 세월을 살아 왔다고
초저녘 노루 잠에
이승에는 없던 인연을 만나 보랴

어둔 산이
품에 잠든 산짐승 심장 하나를 빌려
벌컥 벌컥
살아 움직이는 이 밤에
가난한 불빛 하나 밝힌 내 집 창은
은밀히 이 산의 내장을 훔쳐 볼 수 있는 창이 되어

살아 있음이
어찌 사람의 일 뿐 이겠는가?

숱한 내 일상을 바람결로 지난 날들
기어이 탑이 되고도
추운 밤

칠흑의 어둔 밤에
한숨 같은 싸락눈이 내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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