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길을 묻습니다

햇꿈둥지 2005. 5. 12. 09:00
원주 하고도 신림이라는 촌구석은
지척의 거리에 영동고속고로가 동해안으로 뻗어 있는 것 말고도
중앙고속도로가 휭 하니 뚫리고
제천으로 가는 길
영월로 가는 길이 기생 오라비 이맛빡 처럼 뺀도로미 뚫려 있으니 차 있고 신발있는 사람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길에 귀신 길 가듯 내 달아 상원사 오름의 맑은 계곡에 발 담가 희희낙낙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들리는 사람 모두가 물 좋고 공기 좋아 살기 그만 이라는 칭송 이지만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옛날 옛날 흙먼지 펄 펄 날리는 신작로 따라 고무신 가득 넘쳐 나는 모래알을 털어가며 저 먼 원주읍내 까지 나무 한 짐 내다 팔려면 한나절이요 뱃고래에서는 장마철 계곡 물소리 같은 공복의 울림이 지겨웠을 터인데
이것도 세상이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집집마다 가마솥 뚜껑 같은스카이라이프 안테나가 하나씩 얹혀 가지고는 밤마다 입성고운 년,놈덜의 연속극이 요란하고 이걸 사고 저걸 입어야 행복 해 진다고 지랄염병이니 에미,애비 낯짝보다 탈렌트 낯짝을 먼저 익힌 아이들 말투에서는 이 치악 골짜기 사투리 거두어진지가 이미 오래고 연초록 반딧불이의 숫자 보다는 가로등 숫자가 더 많아야 된다고 신앙처럼 물들어 다~아 떠나 버리고
이놈의 세상 여전히 길이 없지...
탁한 물길에 오염되어 등 굽은 물고기 처럼
걸어도 걸어도 덜어지지 않는 일상의 무게에 등굽은 노인들만 가물 가물한 불빛 속에서 쿨럭 쿨럭 길 없는 겨울을 서성이고 있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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