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장군에 멍군

햇꿈둥지 2005. 5. 12. 09:24

시골 농협에
남루한 차림의 노인 한 분이 들어 오셨습니다

한참 동안 망설이시더니
어렵게 창구 앞의 여직원 앞에 서셔서는

"저~기 말여! 내가 농사를 좀 지어 볼라 그러는데 돈이 없거든...
여기 저기 알아보니 농협에서 이럴때 돈을 좀 빌릴 수 있다던데 나두 되겠는가?"

'할아버지 여기서 돈을 빌리시려면 담보가 있어야 되거든요?
담보 할게 있으신가요?'

"담보가 뭐시여?"

'쉽게 말씀 드리자면 빌리실 돈 액수 정도의 땅이나 집이 있어야 된다는 거지요'

"아 그거어야 쪼금 있지..."

이렇게 해서
할아버지는 가지고 계신 땅을 담보로 300만원 가량을 대출 받으셨답니다

그 해 가을, 할아버지께서는
신문지에 뭔가를 둘 둘 말아 쥐고 농협에 오셨습니다

'할아버지 이번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그기말여~
빌린 돈이 이자도 많고 그래서 오늘 갚을랴고 왔지..."

'올 농사가 괜찮으셨어요?'

"음 열심히 했더니 빌린 돈 갚고도 꽤 남는구만 그려~"

'그럼 할아버지 남는 돈 가지고 계시지 말고 저희 농협에 맡기시지 그러세요'

"맡겨?

이 돈을 농협에?
그럼 담보는 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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