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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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정착기[3]

눈이 온다 이곳으로 옮기기 전 어느 해 설이었는지, 명절 휴가로 여주를 향 하던 중 설 전의 여유 일 몇일을, 기다리는 어머니 무시하고 우리 좋은대로 떼어 먹자, 이렇게 결의한 아내와 나는 오대산 속 방아다리 약수를 향해 무작정 떠났고 그리고 그 풍성한 눈에 감탄을 연발 하면서 뒹굴고 뒹구는 낭만에 흠뻑 빠졌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이 소토골에서 그렇게도 기다리고 원하던 눈에,눈 속에 빠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히 철딱서니 없는 우리 부부는 그 눈 속에서 환호했다 "야~호~오 눈이 온다 눈.눈.눈..." 그 다음 날도 또 눈이 왔다 그 다음 날,다음 날도 또 눈이 왔다 우리는 지쳤다 이제 눈이 오면 땀 뻘 뻘 흘리면서 오름 길의 눈을 치워야 한다는 예각의 현실을 더 무겁게 받아 들일 수 있게 ..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2]

애초에 구한 땅의 넓이가 3.750평인데 삼일 굶은 사람 큰 고기덩이 골라 잡듯...은 아니고 아내의 설명 속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반을 잘라 아랫 부분만 팔자고 내 놓은 땅이나 이 후에라도 윗 부분의 땅이 팔리고 나면 지금 이 상태에서 치악산이 뒷산이 되는 천혜의 조건이 상실되지 않겠느냐?... 다달이 봉급 따 먹기 외에는 특별한 재능도 없고 이재에 뛰어 난 머리가 있는것도 아니니 그저 잘 했군 잘 했어...뿐인데... 첫 봄 부터 엄청 난 걸림 돌들과 숱한 시행착오를 범하게 된다 밭의 맨 윗쪽 부분, 즉 치악과 연이어진 경사밭 2000평 가량은 전에 살던 분이 포도밭을 조성해 놓았는데 포도, 도시에 살면서 사다 먹을 줄이나 알았지...그러니 그저 나무 있으면 저절로 달려서, 익어서, 먹으면 되겠거니..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1]

굴곡 심하고 경사 심한 움막의 오름길로 이삿짐을 옮기던 날, 비가 왔는지 혹은 눈이 내렸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4월의 넷째날 임에도 추웠다 낯 설고 낯 설고 낯 설어서 등 시리고 외롭게만 느껴지는 마을 풍광들 큰 짐은 경운기로, 작은 짐들은 마을 분들의 등짐으로 옮겨야 했는데 마을회관 방송으로 모이신 마을 분들 대부분은 이삿 일을 도와 준다기 보다는 도회지에서 들어 왔다는 그리하여 이 마을 평균 연령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데 기여한 정신 나간 젊은 부부의 세간살이 구경 정도로 모인듯...보였다 이건 뭐 저건 뭐 뒤뚱거리는 경운기로 실어 올린 피아노를 헛간 한구석에 넣으며 자기들끼리의 은밀함으로 등 돌린채 나누던 헛 웃음도 보았다 식기 세척기를 이상한 냉장고라고 만져 보고 두드려 보는 아주머니들 뒤에서 ..

풍경소리 200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