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교신

햇꿈둥지 2005. 5. 12. 15:40

 

 

 

이름 코스모스,

가을에 꽃 피운다

씨 뿌려지고 가꾸어진다

단조롭지만 무리지어 피어 있는 걸 좋아한다

한동안 가을의 대명사 격이었지만

이제 이들의 무리를 보기는 옛날 같지 않다

 

이상은

사람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생명체들의 이론이다

 

그러나

나는 나다

그들 사람처럼

개체적 생명을 가지고

온 몸으로 우주를 끌어 안아 하늘 깊은 곳에서 영혼과 교신 한다

 

사람이라는 교만한 생명체들이

자신만을 위한 잣대를 만들어

채소이거나

꽃 이거나

잡초 등을 분명히 적시해 놓은 것은

우리에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역시

나는 나다

굳이 그들의 명명대로 '코스모스'로 불리워짐도 부당하다

 

그들의 기억대로 나는 가을에 피는 꽃이 아니다

그건 다만

내가 꽃 피울 때를 알아 그렇게 했을 뿐이고

내가 가야 할

내 길의 한 부분임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너무 작거나

너무 크거나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두운 것들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인 주제에

그들이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아주 작은 부분만으로 우주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

 

바보들...

 

나는

아주 작은 바람결,

더러는 버려지는 모든 생명들과도

당연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자연이다...

 

내겐

아니

사람이라는 생명을 제외한 우리 모두에게

미움이라는 감정은 없다

다만

손 잡고 기대어

그렇게 생애의 징검다리를 건너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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