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염원

햇꿈둥지 2005. 5. 12. 16:00

집 오름 길 잣나무에

성의 없이 매달려진 우편함은

기한을 넘기지 않고  배달된 문학지 한권을 품고 있는데

 

그 꼭대기

아침마다 예쁜 소리로 울어주던 산새 한마리

열심히도 집 한채 어리더니만

이제

알 품어 새 생명을 지으려는지

몇일째 움직임이 정숙해졌습니다

 

오늘 아침

우편함 속의 이런저런 편지들은 몽땅 거두면서도

노란 봉투속의 책 한권은 그냥 두었습니다

저 위에 새 알들이 새 생명으로 날 때 까지

글 속의 메마른 단어들 또한 그 체온으로 품어져

 

싹이 나고

잎이 나서

꽃을 피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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