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랫녘 부터 어루만지듯 일일이 꽃불을 피우기 시작한 햇볕이
지치고 늘어져서 힘겨운 걸음걸이가 될 쯤...에야
치악 뜰에는 개나리며 진달래 또 목련이 피기 시작 합니다
하긴 뭐~
이 봄에야 어디 꽃이 따로 있나요?
그 연하고 순한 모습으로 솟는 새 순이며 하다 못해 잡초의 순 까지도 모두 꽃 처럼 아름답게 보이지요
이런 뜨락을 거닐다 보면
아주 조심스럽고 은밀한 눈빛으로 저를 지켜 보고 있다거나
어떤 때는 흠칫~ 모습을 감추고 있는...그 무엇이 있음을 아주 막연하게 감지를 하곤 했었지요
그 은밀한과의 마주침은 의외의 자리에서 일어 났지요
어제 막 어두워지는 시간,
귀가를 끝내고는 어디 급히 이메일을 보내야 할 일이 있어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는 구석방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아니?
이런 저를 아주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맑고 까만 눈동자...
바둑고양이 한 녀석이 공손하게 앞발 모은 자세로 저를 째려 보고 있는 겁니다
유리 하나를 통해서 보이는 상황 이거나 물체는 현실감을 저하 시키는 효과가 있는지
이 녀석은 아무 경계 없이 한참 동안 이나 그런 자세 입니다
가볍게 창을 두드리니 불에 데인듯 소스라쳐 자리를 옮기는 녀석의 뒤로
고만 고만한 크기의 두녀석이 더 뛰어 가는걸 보니
아무래도 지난 겨우내 창고 한 구석을 점거해서 멋대로 입주를 한 녀석들이 분명해 보입니다
깊은 산골살이
우린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만나지는지...
아무렇게나 옷깃을 흔들며 지나는 바람결 하나에도
문득 눈물겹도록 감사한 마음이 이는
봄 날...
이렇게
살아 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