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산골살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눈 인색한 겨울을 난다고 입방정을 떨어 온 탓인지
어제는 발목이 묻히도록 많은 눈이 내렸다
산 넘어 800미터의 먼 길을 흘러야 하는 샘물이 고갈 증세를 보여서
이제 식수 비상사태에 돌입 하여야 하려나 보다...준비 중에 다시 원기를 회복해서 뜰 아래 돌틈을 초롱 초롱 넘쳐나는 물을 보면 고맙기 그지 없다
어느 핸가
겨울 가뭄으로 물 고생을 하고 있을 때
집을 찾아 오신 많은 손님들 중에도 한 짐의 PET병에 물을 담아 오셨던 소호 화백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따듯해 진다
바로 물 사정이 좋아진 뒤에도
한 동안을 먼 축령산 자락에서 담겨졌을 그 물로 차를 끓여
소호 화백님의 [유혹의 잔재] 작품 아래서 마시곤 했었다
이제
아내와 둘 만의 소소한 산골살이
모처럼 호롱불 이라도 심지 돋구워 켜 놓고
그 따듯한 불빛 아래서 씨감자의 눈도 쪼개고, 지난 가을 갈무리 해 두었던 이런 저런 씨앗들도 가만히 등 두드려 깨워야 하려나 보다
새볔녘
미명의 창 밖을 서성이는 봄 소식을
처마 밑의 풍경소리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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