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옷 짓고 장작 마련하고

햇꿈둥지 2005. 5. 11. 19:50

혜원이 옷 만들기가 한창이다

요즘 세상

그까짓거 마땅한 것으로 골라 하나 사 입으면 되지...하면 그만인데

이 우스꽝스러운 모녀는 몇날의 여유 시간들을 맘 놓고 빈둥거린 끝에 오리엔테이션이 임박한 어제 오후부터 요란 법석을 피우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당연히 일주일만에 한번 꼴로 찾아 오는 주말의 내 여유 시간에도 회오리 바람을 일게 했다

 

거실에 피울 장작을 준비해야 했고

재봉틀이 있는 작업실의 석유 히터 가동을 위해 석유를 사 들여야 했고

당연히 아내의 몫이던 개 밥 주기며

일상적 가사의 소소한 부분들이 내 몫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이른 저녘을 마친 뒤에 작업실에 들어 박힌 이 모녀는

나 홀로의 거실 잠에는 아무 마음 씀이 없이 달그락 거리는 걸음으로 종종 걸음 이더니

지금

이 이른 새볔의 시간에는 혼곤히 잠에 빠져 있다

작업실 방을 살짝 열어 보니

밤 사이 초록의 굵은 체크 무늬 천으로 만들어진 예쁜 외투 하나가 벽에 걸려 있습니다

 

이것은 얼마 짜리...무슨 무슨 상표가 붙은...

그것으로 입는 사람의 가치까지가 정 해지고 마는 이 천박한 시대에

천사의 날개 못지 않은 저 옷은 누가 평가해 줄 수 있을까?...

 

울컥 눈물겨운 새볔...

 

진정한 시골살이를 위해

버리고

버리고

그리고 꼭 필요한 건 우리 힘으로 만들자...던 약속을 이제 조금씩 이루어 갑니다

 

아직도

새볔잠에 혼곤한 모녀를 위해

그만 오늘 아침은 제가 지어야 하려나 봅니다

 

좋아하는 황태 해장국 끓이고 

달걀찜도 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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