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봄맞이 행사

햇꿈둥지 2005. 5. 11. 17:26

이 나이쯤

이 시간쯤에 컴터 켜 놓구 밤 도깨비처럼 글 써대는 일도 제 정신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일일게 분명해...

 

저녘에 먹은 약 한봉지가

딱~!

제 노릇 만큼만 몸을 휘둘러 잠 들게 하더니만

약 기운 똑 떨어진 이 새볔 부터는 그만 불면이네...

이 까만 어둠 속에서 엎치락~ 뒤치락~ 보다 더 힘든 일이 어디있어?

그래 그만 이렇게 일어나 앉아 버렸지... 

 

지난 5일,

그러니까 식목일 이었구...

티븨는 전국의 나무심기 행사 보다는

하늘 높이 치솟거나 산 위를 둥 둥 떠다니는 불덩이들을 하루종일 보여줘야 했던 날 이었는데

그 날 나는

아내와 뒷 산에 밤나무 열개와 이런 저런 묘목 심는 일을 끝낸 뒤,

그만 그 정도로 딱 일을 접었더라면 이런 화근을 피 할 수 있었으련지...

 

뒷 산의 어린 엄나무 두개를 욕심 부린 탓에

저녁 부터 목 부위며 여린 살갗의 부위로 좁쌀만한 발진이 시작 되었어

 

몇 번의 경험도 있었던 터라

그만 그러다 말겠거니 했었고 때마침 들려 주신 이웃 분들과의 저녘 자리에서는

긴 긴 겨울을 건넌 이런 저런 산꼴살이 들이 무용담처럼 술잔으로 이어졌었는데

불난데 부채질이었는지

발진이 급속히 여물어(?)가더니만 목 부위에서는 열감과 함께 수포로 진행이 되고 있었어

하는 수 없이 마을 의원을 찾았고 아픈 엉덩이 주사며 약 봉지 등속을 들고 돌아 오면서는 참 암담했어...

 

교육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제, 그제 내 내 제복 점퍼의 목 깃을 세운 모습을 보고는

"어디가 불편하냐?"고  보는 사람마다의 인사치레가 훨씬 곤욕스러운 시간 이었어...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출,퇴근으로 오고 가는 길 옆에는

어제가 틀리게

아침이 틀리게

개나리며 목련 또, 또, 또,...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나고 있었어...

 

그래 이쯤이면,

내 목이며 온 몸에 솟은 옻의 발진과 수포들도 그저 봄꽃 정도로 끌어 안아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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