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제일 못 할 일

햇꿈둥지 2005. 5. 11. 17:15

시골살이 제일 바쁜 철

늘 종종걸음으로도 등 떠밀리는 날들인데

씨 뿌리기 보다 더 화급한 일...이게 사람의 일인듯 싶습니다

 

생전에 귀향의 어려움을 일찌감치 감지하신 어머님께서 조상님들 위패며 영가는 물론

당신 유언 속에도 "합쳐 모시도록..."의 질긴 말씀 때문에 먼 인천의 어느 절에 몽땅 모셔 두었으니

매년 돌아오는 백중이거나 무슨 무슨 천도제...이거나 등 등의 행사에는 어쩐지 그 많은 조상님의 영가들이 눈빠지게 저희들을 기다리는 것 같은 생각에 빠지게 되지요

참 질기기도 한

인연의 끈이며 집착의 끈 입니다

 

그러게 낯 선 거리를 돌아 다음엔 수원,

형님 돌아 가시고 일년을 되 돌지 못한 세월, 가슴 헐기로 견뎌내던 형수께서 혼자의 힘으로 집을 옮겨 버렸으니 주변에 멀쩡한 형제들에게는 그만 난감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조금씩 형제들의 보편성에 접근해 가고 있는듯한 변화들이 고마웠습니다

 

이제 안양엘 들러

스테파노,마리나 얼굴도 보고

주말 빈 시간을 이모 집에서 보낸 아이를 만나 옷 한벌을 골라내면 되는 일,

얼른 끝내고 집으로 돌아 가리라...였는데

이 부분이 엄청난 복병으로 작용을 한 겁니다

무려 세시간,

2층에 마련된 young girl,s wear 매장엔

아이구~~~솜털처럼 예쁜 아이들

이제 옷이라는 건 내 젊은 시절 혹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개념상의

보온성...이라든지

기능성...이라든지... 이 따위 것 들은 케케 묵은 고전이 되어 버렸는지

 

가능한 한 짧고

가능한 한 패이고

가능한 한 타이트하고

가능한 한 작게,가늘게, 또 또 또... 튀게 하므로써

너희들 속의 내...가 아닌

오로지 나...이기를 염원하고 강조해서 실현 할 수 있는 모두를 적용...해 내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이 중에 또 강조해야 할 부분이

길에서 만나는 젊은 사람의 패션이란 것이 아무리 껄렁하고 언밸런스한 코디로 보이더라도

그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최소한 세시간 이상의 시도와 반복, 검토와 수정, 비교와 분석, 적용과 실행...등 등의 뼈 저린 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우친 겁니다

 

이제 배꼽을 내 놓는 정도는 고전중의 고전이 되어 버려서

이게 어쩐 일인지

백주대로에 버젓이 청바지 지퍼 앞 부분을 열어 팬티를 노출 시키는 정신병적 시대 패션의 기준 앞에서

그만 이 나이쯤의 우리들은 시대적 소외감을 당연한 일로 끌어 안는 아량만 갖추면 그만 이겠는지요?

 

참 난감한 시대

난감한 거리에...

 

저노무

정숙치 못 한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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