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10년만의 은총

햇꿈둥지 2005. 5. 11. 17:09

겨우내 갈색 바람만 바스락 거리던 소톳골에 황사거니 4월 훈풍이 불기 시작 하더니

주변은 물론 마당가 이런저런 나무들이 꽃을 피웠고

산목련 아래에서 기거하고 있는 장군이(흰색 진도견)는 꽃 그늘 아래서 늘어진 개팔자를 구가하는 행복한 일상에 빠져 있습니다

어쩐 일인지

꽃을 피우기도, 열매 맺기도 잊은 채 몇년을 버텨 오던 산사나무도 올해는 예쁜 꽃망울들을 피우기 시작 했고

오름 계단의 돌 틈새 마다엔 살오른 돋나물들이 아우성처럼 뻗어 나오고 있습니다

 

시골살이 10년의 경험으로

매년 이맘때 쯤이면 도시의 친구들에게 복사본 처럼 듣는 인사가

"산 속에 사니 산나물은 지천 이겠다"...이나

천만의 말씀,

꼭 이맘 때 부터 등 떠밀듯이 몰아 닥치는 시골의 일들은 안 당해 보면 모르지...

밭 갈아야지

씨 뿌려야지...대강의 이런 큰 틀 말고도 이런 저런 잡동사니 일들이 늘 동동걸음을 치게 하지만 확연히 눈에 띄게 정리 되는 것은 없으니

 

시골살이 골병살이...라는 말이 굳이 자탄만은 아니리라

 

그래

시골살이 누구나가 그렇게 햇살 늘어진 밭이며 논에 매달려 등가죽을 태울 때,

알록달록 원색의 등산복을 차려 입은 화려한 나물꾼들은 이 산 저 산을 가릴 것 없이

뜯는 것이 아닌 캐어 냄...의 횡포 이거나

모두 다 들 일에 쫓겨 텅 빈 시골 집 마당가 이거나 집 둘레에 심겨진 이런 저런 어린 싹들을 훑어 내듯 망가 트리기 일쑤이고

어디 그뿐인가?

내 집 처럼 낮동안 비어 있는 집에는

시원한 물가의 소풍객처럼 음식 먹고 물 마시고...여기까지야 탓 할 일이 아닌데

쓰레기는 가지고 가야지 이것 참~!

 

지경이 이렇다 보니

수년 전 밭가에 옮겨 심은 두릅 싹이 포동하게 자라는 걸 보면서도

저게 또 누구 손을 타랴...반 포기의 애 타는 심정 뿐이었고

어제는 모처럼 일찍 귀가한 터라 건성으로 나물 바구니를 들고 뒷산엘 올라보니

이게 어인 일인지...

지천의 두릅이 아무 손도 거치지 않은채 포동하게 여물어 있으니...

 

두 바구니가 넘는 두릅을 꺾어 내려 오며

10년만의 일 이기는 해도 이 넘치는 은총은 어이 감당해야 하는지  이 것 참~!

 

신령님~!

땡큐함이 넘치 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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