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엉터리 농사 일기

햇꿈둥지 2005. 5. 12. 14:35

 

 

 

밭이 골짜기에 있으면 골병이 들 수 있다 ?

내가 사는 이 마을엔 몇개의 골짜기들이 있고 그 골짜기들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내가 둥지를 튼 곳은 소토골 이라든지 다시 그 너머의 골짜기는 외랑골, 웃새골, 버드내골, 거무내골...이런식의 아주 예쁜 이름들이 지어져 있고 마을의 모든 밭들은 그 골짜기에 있어서...
평생을 그 골짜기의 밭에 매달려 농사를 지어 온 많은 분들이
말년에는 골 골 골 골~ 앓다가 돌아 가셨고
우리 역시 그 골에서 말똥구리가 쇠똥을 뭉쳐 굴리듯이 열심히 열심히 농사를 짓다가 골 골 골 골~ 늙어 갈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이면 밭은 이렇게 골짜기 보다 능선에 위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사월의 서른 날들은 꽃잎처럼 져 버리고
황사 대신 이젠 송홧가루가 날릴 날들...
훨씬 유쾌해진 새소리 속에서
감자 심고, 수수 심고, 고구마 심고, 고추 심고...
밭고랑 저 만큼에 수건 한장 머리에 두른 아내를 본다

순백의 칼라 깃이 눈 부시고
단발머리 나풀 거리며 풀잎 같던 아이가
초로의 할망구가 되어 이 거친 밭에 엎드려 있다...

평생의 소꿉장난...
마늘 쪽 같은 뺨 부비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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