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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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도 병인양 하여...

주오일 근무제 시행 이 후 우린 늘 복병을 만난다 집을 지켜야 하는 우리가 있고 없고를 따지지 않거나 그까짓 있고 없고 정도는 귀신 같이 알아내는 이유가 우리 사는 지명에서 비롯 됐다고 정의해 버렸다 신림 한문으로는 "神林"이니 귀신 같이 알게되는 탓 이리라 사람만큼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명체가 없다고 했다 우리가 그렇지... 이제 계획한 내 프로그램의 손상 쯤에는 초연하다 허긴 뭐 아내와 합의되지 않은 내멋대로의 궁리 였지만 지난 주 일요일 새볔쯤에는 미명의 시간을 재촉해서 동해안을 한바퀴 돌아 칠 생각 이었다 어차피 농사철에는 일에 묶일 몸, 그 전에 여유롭게 새볔 바다를 볼 생각 이었으나 전날 밤 늦은 시간에 들이 닥친 처제 덕분에 두루뭉수리의 하루가 되고 말았다 사실 말이지 도시 살이건 시골 살이..

소토골 일기 2006.03.06

줄탁

겨우내 기다려 왔던 봄을 나뭇가지 끝에서 만납니다 뜰 앞 목련 나무 겨우내 삭풍에 울더니 햇살 퍼지기 바쁘게 싹눈을 키웁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싹눈에도 겹겹의 보온 장치가 있어 어느새 두꺼웠던 겉 껍질을 벗어내고 있습니다 계절은 사람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쑥 닥아 오곤 했었지요 병아리가 깨어남을 줄탁이라 하지만 이 또한 줄탁 아니겠는지요 이 봄날에 소토골 새식구 하나가 늘었습니다 먼 시흥에서 태어난 녀석이 이런 저런 사정 끝에 이곳 시골 살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 온 날이 삼월 삼일인지라 이름을 그만 "삼겹"이라 하였더니 너무 엽기적이라는 아내의 항의를 받아 들여 "삼월"이라 하였습니다 목 묶인 장군이의 하루 종일 제자리 맴돌기가 보기에도 딱하고 이 산중에 들여 무슨 고행일까 싶어 ..

소토골 일기 2006.03.06

아기코끼리의 걸음마

치아 교정을 위해 보철을 해야겠다는 딸아이의 얘길 듣고는 "딸놈한테 갖은 정성 들여봤자 죽 쑤어 개 주는 꼴이다" 담담히 듣고 있던 이놈, "그럼 아부지두 죽 먹은 개여?" "..........................." 공부를 하겠다고 일년여 집 떠나서는 엠티와 술로 개기던 녀석이 1학년 마감 문집을 냈노라고 보여 줍니다 더러 글 같은 것이 있어 잠시 올려 놓습니다 [봉숭아 꽃 붉다] 너와 동이던 긴 밤은 목소리마져 전하지 못하고 쉬이 빻아지지 않던 마음 소복하니 곰팡이 일어 꽃이 져도 베어내지 못한 것은 모조리 파 헤쳐도 오로지 남을 주홍반달 때문이었다 ......서대문구아현삼동삼다시이삼사 아현삼동삼다시이삼사 삼다시이삼사 주문처럼 꽃이 열리는 주문처럼 네가 열릴 것만 같아서 [깨 밭에서] 은하에..

소토골 일기 2006.03.01

봄맞이 손님맞이

[2006년 2월 24일 금요일] 온 들에 봄빛이 완연하다 음지에 얼어 붙어 있던 켜켜의 눈이 녹아 흐르며 주변은 온통 진 수렁이 되어 가서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지구의 무게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주오일 근무제 때문인지 월요일 부터 금요일 까지의 시간이 달음박질로 느껴지는데 여기에 더해 봄빛 때문이겠지... 주말이 닥아 오는 날쯤 부터 부쩍 안부 전화가 많아진다 "별일 없으시지요?" 하늘 가득 밤에만 나타나는 별들에 일이 생긴들 나 하고 무슨 상관 이라고... "겨울은 잘 나셨어요?" 겡기도 쯤에서 춥다를 연발하면 강원도에서는 얼어 뒈지는 줄 아나? 이 정도의 상황이 사실은 방문을 위한 사전 포석 이라는 것을 10여년쯤의 눈치로 직감한다 [2006년 2월 25일 토요일] 어찌됐거나 예약된 손님은 약 세..

소토골 일기 2006.02.27

산 이야기

15년 안양에서의 종합선물살이(*)를 쫑내고 이삿짐을 싸던 날 주변의 정든 이웃들은 눈물을 찍어내며 말 했었다 그 산 속에 들어가 외롭고 무서워 어찌 살거냐? 애새끼덜 교육은 어찌 할 거냐?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로 돌진하는 똥끼호떼처럼 산 속을 향해 돌진했고 그 산 속에 쳐 박혀 나는 저녘마다 산 소주를 마셔 댔고 아내는 비로소 산 부인과를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덜은 드뎌 산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산 산 산 우린 미쳤나보다 (*) : 식인종 나라에서는 이 나라의 아파트를 "종합선물셑트"라고 한다 -------------------------------------------------------------- 정부미(*) 교육이 있다고 무려 이틀간이나 강원도를 지나 충청북도를 지..

풍경소리 2006.02.23

숨어서 오는 봄

온 산이 얼어 붙어 있는 산골 이거니 이제 우수가 지났습니다 전체의 풍광은 이렇게 겨울 깊은 모습이지만 양짓녘에선 숨어 자라는 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볕 좋았던 어제는 날 세웠던 눈들이 이렇게 녹아 골져 흐르고 있습니다 저녘 무렵엔 노을빛 조차 봄을 숨기지 못하고 저토록 순하게 타는 빛이 되었습니다 온통 얼어 붙었던 겨울의 틈을 헤집어 일찌감치 봄 차림이 한창인 순한 초록들 연한 순 만으로도 기꺼운 일인데 이토록 왕성하게 줄기조차 늘이고 있습니다 한 여름엔 손 부르트도록 엉길 잡초건만 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나지는 초록은 온통 반가움 뿐 입니다 아직 봄 으로는 이른 시간들 입니다만, 이토록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초록 성급 하지만 일일이 오신 님들께 드립니다 어쨌든 봄 입니다

소토골 일기 2006.02.20

개똥같은 개통식

산골살이 11년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고... 숙명처럼 자연이 주는 모든 조건을 견뎌내며 살았으니 어느 여름 어느 겨울이 특별히 힘겨웠노라고 엉깔꺼 하나도 없으나 20센티가 넘게 내린 눈을 겨우 겨우 치우고 나니 눈 치움을 보복이라도 하듯 밤새 또 그만큼의 눈이 쌓여 버려서 통증 뭉친 허리 어깨만 두드리며 망연자실케 했었다 아이들 없이 초로의 늙은이 둘이 겨울 속에 갇혀 지내는 세월 까짓거 차가 못 오르면 어떠랴~ 견뎌내는 중에도 곤란한 일은 주말이면 불쑥 불쑥 찾아 오는 친지이거나 이런저런 손님들 모질게 맘 먹고 근 세시간의 삽질 끝에 겨우 차 바퀴 닿을 부분만 헤집어 열어 놓았다 농사철에 이토록 열심히 삽질을 해 댔으면 대풍에 대박이 터질게 분명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몇일을 마을회관 옆에 ..

소토골 일기 200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