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마리아 수녀

햇꿈둥지 2006. 3. 9. 15:27

"수녀님~ 하느님은 너무 짜요"

 

"짜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인색 하시다구요"

 

"아니 세상에 그 사랑 많으신 분이 왜 인색 하시다는 겁니까?"

 

"보세요 매일 은총만 주시구 금총은 한번도 안 주시잖아요"

 

주일학교 꼬맹이들의 왁자한 웃음 뒤에서 나 또한 낄 낄 낄~

 

언젠가는 요 꼬맹이 녀석들과 자장면 파티를 열게 되었다

동석하신 수녀님이 또 내 장난끼에 걸려 들었다

 

"수녀님 자장면 먹을 때 말 입니다"

 

긴장 하셨다

우리 수녀님...

"또 뭔데요?"

 

"자장면 비비기 전에 기도해요 아님 비비고 나서 기도해요?"

 

개떡 같은 질문을 설명하는 수녀님 모습이 너무 진지하다

자장면 다 뿔겠구만...

 

 

봄날 이었어

지금처럼...

 

모처럼 봉헌 임무를 맡았던 나는 미사 후 뒷정리를 하던 중에 수녀님과 마주 쳤었고

또 장난...

 

천주교 신자분들께서는 익히 아시는 일이겠거니와

미사의 절차상

성체를 모시기 전에 봉헌 예절이 있다

 

"수녀님 진짜 하느님은 너무 하세요"

 

"왜요 이번엔 또 뭐가 맘에 안 드세요?"

 

"그 성체를 꼭 선돈내고 모셔야 하는 겁니까?"

 

당황해서 약간은 홍조를 띄우신채 민망해 하시던 그 수녀님

먼 곳으로 훌쩍 떠나신 뒤로 감감 무소식 이었는데

 

몇일 전 성당에서 전화가 왔다

 

어찌 된거냐

왜 성당을 나오지 않느냐

안 나오면 쳐 들어 가겠다...에구머니나...이 양반이 컴백 하셨네 그랴~

 

들꽃처럼 늘 조용 하시던

그래서

수녀님 으로 보다는 성모님이 현신 하신듯 마음 잔잔해지던 분

 

그런 그 분께 이렇게 싸가지 없는 대답을 했다

 

이젠 수녀님 골려 먹을게 없어 안 나갈래요~ 

 

난 이제 걸리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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