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창 안의 봄

햇꿈둥지 2006. 3. 13. 12:49

 

 

 

 

 

 

마누라가 없다

기회다

 

무료한 한낮

이상의 쪽방에 펼쳐진

보자기만한 햇볕에 쪼그려 앉아

독작의 술판을 벌였다

안주 같은 건 이제 필요 없다

흰꽃잎 한장 떼어 띄우고 한잔

그리고

붉은 꽃잎 한장 떼어 한잔

이러면 되는 술판

나중에

꽃들이 왜 저 지경이냐고 다구치면

극성맞은 똥개 삼월이의 소행으로 돌려치면 그만이니

알리바이도 충분하다

 

경칩 지난 절기에

지구가 환장을 했나

유리창 너머엔 갈기 세운 바람들

난장을 일구는데

치마를 벗듯

한잎 한잎 술잔에 띄워지는 봄의 살갗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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