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봄 나들이

햇꿈둥지 2006. 3. 27. 10:37

 

 

 

 

5월의 흐드러진 사과꽃에 홀려 이곳에 터를 정하고

장승 같은 남편과

너무 도시스럽게 예쁜 딸아이 하나를 데리고 훌쩍 도시를 떠나

이렇게

별거 별거를 손수 만들고 가꾸며 사는 그이들을

우리는 "앙큼맞다..."고 표현 했다

 

작은 손을 놀려 거인의 정원으로 가꾼 그이의 터전

산 넘어 엄정들을 지나는 바람을 부르기 위해 예쁜 풍경이 걸려 있었다

 

 

 

 

 

멋쩍은 인사를 나누고 저녘을 함께 했던

수상한(?) 두 여인네...

다음 날 아침 앙큼맞은 사람의 안내로 찾아 간 그니들의 터전은

전해 들은 이야기들과

이런 저런 예견에도 불구하고

시골살이 10년의 경력을 대번 주눅 들게 했다

열일곱마리의 사슴과

저토록 예쁜 집이며 시설들과

남자의 힘으로도 조성이 어려웠을 곳곳의 땀 흘린 흔적들...

 

이 산 속에서

삼손 같은 두 여인과

오로지 경이 뿐인 그들의 삶을 본다

 

 

 

 

 

 

 

 

앙성 땅에 10여년 전 터를 정 하고 도예 작품을 하고 계시다는 일중 선생 댁을 둘러 본다

그 동안 애지중지 하셨다는 작품 모두를 선착순 염가 판매 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성시를 이루었다

꼬맹이들의 체험 시간도 마련 되어 시골 장날을 방불케 하던 도예원 안과 밖,

 

점심 시간에 마련된 나물 비빔밥을 한 그릇씩 들고

나무 아래 아무렇게나 소풍 자리가 되고 만다

 

 

이 날 아내의 욕심이 거두어낸 소품들,

외짝 장승과 문외한인 내 눈에는 꼭 속 빼어 먹은 우렁이 같은 그릇,

 

집앞 풀밭에 세워 놓고 남은 세월을 눈 부릅 떠 지키게 할 생각

 

 

 

그리고 또...

지난 주에 이은 목공 일의 연장으로 재단한 판재들을 샌딩 한 후

일일이 오일 스테인을 발랐고

 

넘치게 풍성한 봄볕에도 불구하고 종일토록 건들 거리는 처마 밑 풍경...

 

저 아랫 밭에서 거름 펴기에 열심이신 전씨 영감님과 순기 형님을 불러 새참 겸 점심으로 막걸리 한잔을 나누었다

 

흙빛깔 손을 물에 씻을 것 없이

툭 툭 털어 내고 그 흙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나누던 시간들...

 

저 아래 저잣거리에서는

현대,기아의 로비가 어떻고

무슨 무슨 시장의 황제 테니스가 어떻고 어떻한데

지랄염병을 한다고 로때월드에서는 꽁짜로 문을 여는 바람에 많은 아이들이 넘어지고 다치고 난리가 났더라고

 

산골 오막살이를 지나는 바람결에 전해 듣던 산 속 봄날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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