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기다려 왔던 봄을
나뭇가지 끝에서 만납니다
뜰 앞 목련 나무 겨우내 삭풍에 울더니
햇살 퍼지기 바쁘게 싹눈을 키웁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싹눈에도 겹겹의 보온 장치가 있어 어느새 두꺼웠던 겉 껍질을 벗어내고 있습니다
계절은
사람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쑥 닥아 오곤 했었지요
병아리가 깨어남을 줄탁이라 하지만
이 또한 줄탁 아니겠는지요
이 봄날에 소토골 새식구 하나가 늘었습니다
먼 시흥에서 태어난 녀석이 이런 저런 사정 끝에 이곳 시골 살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 온 날이 삼월 삼일인지라
이름을 그만 "삼겹"이라 하였더니 너무 엽기적이라는 아내의 항의를 받아 들여
"삼월"이라 하였습니다
목 묶인 장군이의 하루 종일 제자리 맴돌기가 보기에도 딱하고
이 산중에 들여 무슨 고행일까 싶어 이 녀석은 크도록 풀어 놓아 볼 생각 입니다만
의도대로 잘 자라 줄 지가 걱정 입니다
뒷산 산책 동행이거나
잔디밭 위에서의 함께 뒹굴 일도 막연히 꿈 꿔 봅니다만
농사가 시작되는 철이면
밭마다 견공 금족령이 내려지고 마니
사랑으로 공존하는 시골살이를 위해 철저한 사전 교육을 시켜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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