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교정을 위해 보철을 해야겠다는 딸아이의 얘길 듣고는
"딸놈한테 갖은 정성 들여봤자 죽 쑤어 개 주는 꼴이다"
담담히 듣고 있던 이놈,
"그럼 아부지두 죽 먹은 개여?"
"..........................."
공부를 하겠다고 일년여 집 떠나서는
엠티와 술로 개기던 녀석이
1학년 마감 문집을 냈노라고 보여 줍니다
더러 글 같은 것이 있어 잠시 올려 놓습니다
[봉숭아 꽃 붉다]
너와 동이던 긴 밤은
목소리마져 전하지 못하고
쉬이 빻아지지 않던 마음
소복하니 곰팡이 일어
꽃이 져도 베어내지 못한 것은
모조리 파 헤쳐도
오로지 남을 주홍반달 때문이었다
......서대문구아현삼동삼다시이삼사
아현삼동삼다시이삼사
삼다시이삼사
주문처럼
꽃이 열리는 주문처럼
네가 열릴 것만 같아서
[깨 밭에서]
은하에 한가득
깨알들이
밤새
죽어버린 어미 개를
그립니다
가슴에
돌덩이를 안고
이제
코 속에 들어 찬
숨조차
맵기만 한데
싸르륵싸르륵
깨 밭은
조용히
[정읍행, 171번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버스 안은 떨어진 단풍잎처럼 수선스럽다. 화장이 짙은 등산객과
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는 장사치, 등산객의 손에서 낙엽대신 등산로
입구에서 산 국산 서리태가 와그르르 쏟아진다.
내 옆에 이는 더덕으로 재미를 본당께
지친 기색없는 나물장수의 목소리가 길다랗다. 앞으로 돈을 내고 뒤로 사
람을 태우는 만원버스, 문이 열릴 때 마다 내장산이 검은 발을 들여 놓는다.
[2005년 11월 9일]
참기름에 찍어먹을 만큼
싱싱하던 내 장기
이제 유통기한 때문에
김나는 솥으로 들어간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