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살이 11년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고...
숙명처럼 자연이 주는 모든 조건을 견뎌내며 살았으니
어느 여름 어느 겨울이 특별히 힘겨웠노라고 엉깔꺼 하나도 없으나
20센티가 넘게 내린 눈을 겨우 겨우 치우고 나니
눈 치움을 보복이라도 하듯 밤새 또 그만큼의 눈이 쌓여 버려서
통증 뭉친 허리 어깨만 두드리며 망연자실케 했었다
아이들 없이
초로의 늙은이 둘이 겨울 속에 갇혀 지내는 세월
까짓거 차가 못 오르면 어떠랴~ 견뎌내는 중에도 곤란한 일은
주말이면 불쑥 불쑥 찾아 오는 친지이거나 이런저런 손님들
모질게 맘 먹고
근 세시간의 삽질 끝에 겨우 차 바퀴 닿을 부분만 헤집어 열어 놓았다
농사철에 이토록 열심히 삽질을 해 댔으면
대풍에 대박이 터질게 분명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몇일을 마을회관 옆에 버려 두어야 했던 꼬맹이 마티즈를 올려 놓고 헤벌쭉~ 흐믓해 하는 그 밤,
변화무쌍한 하늘은
한 겨울의 비를 뿌렸고
반쯤은 흐르고
반쯤은 눈을 녹이던 빗물이 한꺼번에 얼어 붙어
죽을 똥을 싸며 치웠던 집 오름 길을 얼음으로 코팅을 해 버리는 바람에
오르고 내리면
다리 가득 힘을 주어야 하는 탓에 장딴지는 물론 정갱이까지 쥐가 날 것 같은 고통은 물론이요
그 중에 삐딱~ 미끄럼이라도 타는 날이면
오름 길에는 코 깨질 일이요
내림 길에는 뒷 통수가 깨질 일...
녹아 흐르다 고드름을 맺기도 하고
그렇게 또 흘러 길바닥을 적시다가...적시다가...마르면...
기어이 봄이 오고 말 일...
문제는
몇번이나 더 넘어지고 자빠져야 봄의 훈풍을 끌어 안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