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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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난감

아이들이 커 커면서 우리 둘이 애지중지 했던 대부분의 살림살이들은 순서대로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화장대 위의 화장품은 물론 벽과 장롱에 피카소풍의 낙서들이 늘기 시작했고 티븨는 꺼꾸로 쳐 박혀 연기를 뿜는 소동을 빚은 후 폐기처분 되었으며 아내의 결혼반지는 큰녀석이 동네 하수구에 짱 박아 버림으로써 쫑이 나 버렸다 어느 날인가 과천대공원 옆에 있는 경마장으로 봄맞이 가족 소풍을 가기로 했고 김밥을 싸고 음료수를 챙기고 그리고 카메라를 찾았으나 이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우 겨우 찾아 보니 본래 있던 자리는 책상 서랍 속 이었는데 찾아 낸 자리는 책상 구석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꼴은 그렇다치고 떨어지고 깨지고... 아작의 몰골을 있는대로 끌어 안고 있었다 이리하여 개비 된 것이 아남630이라는 제법 그..

풍경소리 2006.02.08

또 눈이 왔다

먼저 내린 눈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허긴 입춘은 지났지 얼마나 급한 마음일꼬?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겨우내 하늘이 머금었던 눈을 몽땅 쏟아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리하여 시골의 촌동네는 때 아니게 또 한겹의 겨울에 갇힌채 꽁 꽁 얼어 붙고 말았다 온몸에서 시루떡 같은 김이 피어 오르도록 땀 흘리며 눈을 쓸었으나 올라 오기는 마음도 못 먹을 일, 주말에 오실 손님 맞이 준비로 그 포동한 눈을 치우기만 바빴지 눈썰매는 생각도 못 했다 아까버라~ 어디 한군데 발붙일 곳이 있다구 그 동그란 외등 위에도 이렇게 탐스러운 눈이 얹혀 있다 봄 되면 치우리라던 주변 주변의 손질거리들 마져 온통 흰색, 게으른 생활에 천연 위장으로는 그만이다 장군이 짜식 똥꼬도 안 시린지 의젓하게 앉아서 설경을 즐기고 있다 장독대에는 항아리..

소토골 일기 2006.02.08

농사 계획

제목은 그럴싸하게 농사 계획 이지만 시골살이 십년 넘게 땅을 헤집어 사는 동안 계획대로 된 농사는 하나도 없습니다 집 오름 길 정화조 귀신한테 놀란 자리에는 벌써 200여포의 퇴비들이 쌓여 있습니다 겨우내 살바람에 등 할퀴어 딱지 앉은 흙을 두드려 깨워 고운 속살로 뒤집고 저 많은 퇴비들을 일용 할 양식으로 드린 다음 딱 그만큼만 거두어 들일 생각 입니다 아내는 벌써부터 앞 마을 루시아 아줌마를 채근해서 고춧모를 키우겠노라는 열의에 차 있습니다만 어쩐지 제 눈에는 벌써부터 바랭이를 시작으로 왼갖 잡초 무성한 밭 꼴만 떠 올려 집니다 치악에 연접해 있는 맨 꼭대기 밭을 올려다 보면 열병식 처럼 도열해서 늠름하게 자라는 옥수수 보다는 횡포에 가까운 멧돼지 발자욱만 어지러히 떠 오르니 이것도 또 무얼 심어야 ..

소토골 일기 200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