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뜰님 댁 정원 석등]
화수분의 시절인가 보다
내 기억 속에서의 겨울은 휴지 기간 이었다
토담집 살얼음 어는 골방 윗목에 고구마를 저장 하거나 나락을 저장해 둔 채 산다람쥐의 밤톨 같은 양식을 끌어 안고 질기디 질긴 겨울의 날들을 버티어내고 나면 사랑채 어른의 해소 기운이 깊어질 무렵쯤 어김없이 봄이 찾아 왔었고 그렇게 또 한해의 먹이들을 구 할 수 있었다
다 자랐다 싶은 녀석들 이기에
따로 따로의 세뱃돈 없이 모듬으로 건네 주었다
덕담이라...
어쩐지 내 살아 온 날들이 자신 없기도 하고
이 아이들을 사랑 했음에 대한 자문 역시 똑 떨어지는 답을 구 할 길 없어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는 말로 덕담을 대신 했다
내가 낳은 아이로 보다는
절대의 뜻에 따라 만나진 사람들...
커 갈수록 듬직하고 고맙다
이 무슨 복 일꼬?...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시대 정책의 주술에 홀려
둘만 낳으면 하늘의 별을 따게 될 줄 알았던 우매한 나는 이제 둘씩 모여 일곱의 하나로 자라는 아이들 앞에서 늘 목마르고 마음 급하다
그 목마르고 급한 마음이 저지르는 일 또한 아이들 성에는 차지 않을 법,
이 돈 빌미로 너희들끼리 시내 번개라도 한번 더 하렴...
이런 저의를 모듬 세뱃돈에 담아 건네 주었다
그렇게 잠깐 하룻밤의 소요와
하루 아침 떡국 나눔을 전부로 아이들은 제 각각 바쁘다
논문 준비로
밀린 공부로
아르바이트로...
온통 각질감으로만 느껴지는 이 세상 어느 구석에 꿀과 꽃가루 될 것이 있어서 저 아이들을,
저 많은 사람들의 날개를 이토록 부산하게 할까
설령
넘치는 꿀과 꽃가루가 있어서
쉴새 없이 그걸 줏어 들인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쓴단 말인가?
명절인 설날,
내 아이들의 등 뒤에서 본 세상은...도시는...
아무래도 화수분의 시절인 것 같았다...
문제는
그노무 화수분이란 것이 개별적으로는 작용하지 않는가 보다...라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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