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산 이야기

햇꿈둥지 2006. 2. 23. 17:54

15년 안양에서의 종합선물살이(*)를 쫑내고 이삿짐을 싸던 날

주변의 정든 이웃들은 눈물을 찍어내며 말 했었다

 

그 산 속에 들어가 외롭고 무서워 어찌 살거냐?

애새끼덜 교육은 어찌 할 거냐?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로 돌진하는 똥끼호떼처럼 산 속을 향해 돌진했고

그 산 속에 쳐 박혀

나는 저녘마다 산 소주를 마셔 댔고

아내는 비로소 산 부인과를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덜은 드뎌 산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산 산 산

 

우린 미쳤나보다

 

(*) : 식인종 나라에서는 이 나라의 아파트를 "종합선물셑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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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교육이 있다고

무려 이틀간이나 강원도를 지나 충청북도를 지나고 다시 경기도를 지나 충청남도를 지나는

장 장 네시간의 왕복 달리기가 시작 되었다

제목이 드럽게 어려워 보이는 시간에

드으럽게 근엄해 보이는 교수님께서 들어 오셨다

 

"여러분께서는 교육은 무엇 이라고 생각 합니까?"

 

뒷자리에 앉은 어느 교육생이신지

자신있게 손 들고 얘기 했다

 

"잘 몰르는 어떤 사실을 깨우쳐 주고 알리는 일 입니다"

 

드으럽게 원론적 이구만...

 

가발인지

이마선이 유독히 찰싸닥 붙은 윤기나는 머리를 가진 사내 하나가 말했다

 

"의식의 확충이며 미혹한 인식에 대한 정확한 방향 설정 입니다"

 

 

드으럽게 어렵구만...

 

이런 겁니다

저런 겁니다

그리하여 그런 겁니다

이구동성으로 교육이 정의되던 중에

교육 첫날부터 시작된 콧물 감기로 마스크를 쓰고 있던 내가 지목 되었다

 

"타고난 영성의 축소이며 개인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하여 전체를 하나의 획일화된 정형의 틀에 끼어 맞추는 개성의 말살 수단이며..."

 

우쒸~

너무 길게 얘기했나?

교수님의 표정이 맞선 보는 여자 잇새에서 고춧가루를 보는듯한 시선이 되었다

 

그러게 내게 뭘 물어 보냐구...

 

(*) 정부미 : 식인종 나라에서 공무원을 부르는 말, 또는 이와 같은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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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이 주제인 시간인가 부다

몸짱에 얼짱인 여자 강사님께서 현란한 제스츄어와 화술을 동원하여 봄바람 같은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침에 삼킨 콧물 앵꼬용 감기약 두알이 어찌나 지랄을 하며 졸립게 하는지

뉘깔에 아무리 힘을 줘 봐도 자꾸 자꾸 윗 눈꺼풀이 만유인력에 따라 작용하고 있었다

이것만 이었으면 좋겠는데

뉘깔에 이어 머리통마져 앞으로 꺾어져 있으니

그 예쁜 강사님 심기를 건드리고도 남지...

 

저어 뒤에 마스크 하고 계신 교육생님~!

 

매 시간 불러 쌓는구만...

 

"교육생님께서 지금 길을 걷다가 예쁜 아가씨와 눈이 맞았습니다 어떻게 하셔야죠?"

 

대강의 내용인 즉슨

살짝

뽀샤시하게 눈웃음을 날림으로써 그야말로 친절의 진수를 보이라는 건가 본데

 

끝내주는 약발에 비몽간 사몽간 이였던 이놈의 주뎅이에서 튀어 나온 대답이라는 것이

 

"손 잡고 튑니다"

 

교육생 전원 일치의 박장대소에 관계없이

이름 적혔다

 

전화번호는 안 물어 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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