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라고는 해도 동쪽 끝자락이니
강원도와 충청북도를 10분 안에 밟을 수 있는 변방(?) 입니다
도시 기피 증세에 걸맞는 처방 이겠으나
수도권 심부에서는 제일 기피하는 지역인 이곳이 제 구미에는 딱 맞아 떨어 집니다
점심 시간을 아껴 부지런을 떨면
이렇게 쉬엄 걸음으로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오늘 산책 길에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시골 고등학교 아이들의 승마 행렬을 만났습니다
도시 깊은 곳의 학교에서는 지금 시간쯤 모든 아이들이 눈에다 불을 켜고 공부를 할 시간,
아침 출근 길에 만나지는 학교 버스의 뒤에는
[학생수송]이라 써 있었고 그 버스 가득 잠에 눌린 아이들이 압송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학교와 학원과 집 외에는 아무 추억도 만들 수 없는 박제된 시간 속에 박제된 아이들,
성적의 문제는
적성의 문제로 접근되고 이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말 위에 앉아 너른 초지 위를 달리는 저 아이들...
얼마나 상쾌해 보이는지요
가끔은 절기를 무시한 심술 추위도 있었고
때 아닌 눈보라도 있었지만
게으름을 모르는 농부는 어느새 못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쌀 시장이 개방되어 미국산 칼로스 쌀이 본격적으로 시판 된다는 시절
시름만큼 등 굽은 늙은 농부의 사진은 자칫 한숨만 될것 같아 비껴 찍었습니다
겨우내 칼바람 헝클어져 불던 길가에는 이제 점령군 처럼 봄이 진주해 있습니다
노란 개나리 봄
연분홍 진달래 봄
그리고 철조망의 경고에도 아랑곳 없이 낮은 자세로 피어난 앉은뱅이 민들레 봄 까지 입니다
길었던 겨울
이젠 손 흔들어 보내시고
저 햇빛 쏟아지는 들판으로
함께 나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