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아름다운 새볔

햇꿈둥지 2006. 4. 14. 10:23

출,퇴근 거리가 멀다 보니

어쩌다 술자리가 생기는 날이면 아예 집에 가기를 포기해야 한다

집에서 제법 가까워진 탓에 처음 몇번인가 아내가 베푸는 택배의 은총을 입은 바 있었지만

한번, 두번 거듭되다 보니 이젠 나 몰라라...

나는 나대로 그러려니...의 분위기가 자리잡아 버렸다

 

이런 중에

아내는 왼쪽 어깨

나는 오른쪽 어깨의 인대가 고장이 나 버려서 일거리 산적한 봄날에 보통 고충이 아니다

다행스러운건

일 하는 동안에는 통증 없이 견딜만 하다가 막상 저녘 잠자리에 누우면 수시로 잠을 깰 만큼 통증이 온 다는 것,

아내의 몫 까지를 해 치워야 한다는 휴일 이틀의 욕심이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 할 뿐더러

평일 시간에도 틈만 나면 테니스 라켙을 휘둘러 대니 나을만 하면 아프고...가 반복 되고 있다

 

다른 집엔 이미 감자 심기를 마친 상태건만 아직 밭도 갈지 못 했으니 마음 급 할 수 밖에...

어젠 오후 시간을 아껴 이백포쯤의 거름을 뿌렸다

이제 밭을 갈아 감자를 앉히고

이런 저런 채소의 씨앗도 뿌려야 할 일

어깨의 통증을 견디고 잊는 방법은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에 몰입하면 될듯 싶어 구슬 땀을 흘리면서도 건성의 콧노래를 부르거나 촐랑대며 쫓아 다니는 삼월이와의 독백 대화도 나누곤 한다

 

새볔 뜨락에 내려서니 

산사나무 잎이 참새 혓바닥 만큼 돋아 있고

바람결 처럼 청량한 새소리들

온 들이 기지개를 펴며 깨어나고 있는데

이 정경 속에서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면 내 가슴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들은 아무 생명력 없는 무기질의 황량함 뿐 이지 않겠는가?

 

이 새볔

저 끝 구들방에는 아이를 낳기는 했으되 키우는데는 젬병인 가짜 엄마, 조카 녀석이 잠 들어 있고

그 옆에 쌍동이 천사 녀석들이 아주 아주 예쁘게 잠 들어 있다

환장을 한 사람살이의 천박한 조건에 관계없이

살아 있음이, 살아 가고 있음이 행복한 시간,

 

산 속의 공기 속에

사월의 초록 함께 녹아드는

아름다운 새볔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會議에 대한 懷疑  (0) 2006.04.25
새볔 마중  (0) 2006.04.24
봄 비  (0) 2006.04.13
나 홀로 산책길  (0) 2006.04.06
산 이야기  (0) 200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