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질척이며 아주 살짝 싸락눈이 오기는 했었으니 첫눈으로의 표현이 합당치는 않겠으나 땀 흘려 쓸어야 할 만큼의 눈은 어쨌거나 첫눈, 집 오름 길의 계단이 순백의 눈으로 포동해 졌습니다 반송 위에 얹힌 눈송이가 한 여름에 핀 목화 송이처럼 탐스럽습니다 장독을 손질하고 장맛을 만들어내는 건 그 .. 풍경소리 2005.12.05
바람이 되고 싶다 정숙치 못한 거리라서 별빛 더욱 빛날 필요가 있나니 삼십육도오분의 체온으로도 뜨거울 수 있는 날들. 자주 손 잡지 못해도 가슴 시린 인연은 없으라고 눈빛 가득 안부만 담은채 시월의 마지막 날을 오르다 지친 그리움 하나 풍경소리 2005.11.02
가을 유영 청석령 지나거냐 초하구 어드메오 호풍도 참도 찰사 궂은비는 무슨 일꼬 아무나 행색 그려내어 님계신데 드리고자 - 효종(孝宗) - 효종능(寧陵) 입구 효종대왕능(寧陵)은 경기도 양주의 건원릉 서쪽에 있었으나 후에 이곳 여주 능서면 왕대리로 이장 하였으며 인선왕후능과 같이 있다 재실 능 전경[1] .. 풍경소리 2005.10.06
天路逆程 이슬도 비도 안개도 이 가을 낙엽마져도 모두들 아래로 아래로 내리는 시절에 사람만 기어이 오르고야 말겠다는데 그렇게 오르고 올라서 도대체 어디를 가겠다는건지... 풍경소리 2005.10.05
세월을 추수 합니다 고추 따고 참깨 베다가 해 저물어 집에 듭니다 서산에 놀빛 늘여 지는 해 처럼 신발에 담긴 흙 툭 툭 털어내니 땀 절었던 시간들, 후두둑 떨어 집디다 풍경소리 2005.09.30
가을 속으로 [원주 용소막 성당] 1 [용소막성당] 2 [용소막 성당] 3 이 가을에는 마주치는 어떤 상황에든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마시기를, 다만 두팔 가득 벌려 떨어지고 스러지는 모든 것들을 무작정 꼬옥 끌어 안아 주시기를, 그리하여 안겼던 모든 것들이 내년 봄의 다시 태어남을 꿈꿀 수 있도록 거듭 거듭 사랑으.. 풍경소리 2005.09.25
가성 환각 통증 어릴 적 산골 동네에 부랄 친구 한놈이 있었다 그 놈은 만날 즈이 형아 자랑을 드럽게 해 댔었다 우리 형아는 말야 중사다~ 중사 계급장 폼 나게 달고 월남 가서 총도 쏘고 베트콩도 죽인다~ 공부는 나 보다 못하는 놈인데 그놈의 월남 형 얘기만 하면 나는 서리 맞은 고춧대 처럼 한풀 꺾인 모습이 됐었.. 풍경소리 2005.09.22
뭘 더 바랄꼬? 어제처럼 해는 다시 동쪽에서 떠 오르고 이슬처럼 맑은 새소리들 낭낭해서 9월의 날들만큼 초록도 깊으니 텃밭에 싱싱한 소채를 얻어 가난하거니 믿음 풍성한 식탁을 차렸다 흰머리 성글어도 여전히 예쁜 아내 손잡을 수 있는 곳에 앉아 있으니 저 아래 사람의 거리 아무리 소란스러운들 오늘 하루 잘.. 풍경소리 200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