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825

2003 過夏記

궁리에 궁리 검토에 검토...를 해 봐도 이곳 생활 8년째의 지금껏 농사의 방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무농약.무 제초제의 결과로 잡초 우거진 밭이거니 지렁이-개구리-뱀-두꺼비 순으로 원래의 땅 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말고는... 농약 없이 키운 감자며 몇가지 농산물은 규모 없이 팔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며 처음 몇 해인가는 그랬지...농약없이 키운 것들 이라고... 그러나 이젠 그 조차도 별 의미 없거나 말하기가 쑥스럽다 언젠가 시장 골목을 어슬렁 거리다가 보았던 순,진짜,정말 참기름에서 느껴지는 묘한 부정과 배신감 같은게...유기농 이거나 무농약 농산물의 강조 뒤에 같은 크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싶기도 하고... 불가에서 수행 중인 분들의 한결 같은 마음이 초발심을 간직 하는 거라..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9]

언젠가 용인 어디쯤에서 1박2일의 일정으로 일곱 부부가 신부님 한분 모시고 긴 긴 얘기들을 나눈적이 있었다 부부살이의 문제를 발전적으로 토의 해보자는 취지인데 어찌하여 평생 장가를 가지 않고 그리하여 처자식 부양의 신고를 모르는 분을 주체적으로 끼워야 하는가? 당연히 처음부터의 진행되는 과정들을 그저 심드렁~ 일관인데 그 밤 아홉시 쯤인가?... "부부가 서로를 성체 대하듯 하라..."는 말씀에 깜짝~ 잠이 달아나 버리도록 큰 마음으로 들었다 긴 시간 다 두었다가 어찌하여 잠 쏟아지는 이 밤에 이런 충격적인 얘기를 해서 잠을 쫓는가... 그 날 이 후로 이 짧은 말 한토막이 내 안에 가장 큰 계명이 된 셈이긴 한데 이곳으로 옮겨 사는 동안 마을의 또래 부부들의 삶을 보며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며 살..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8]

처음 이사 들어 오던 해의 마을 가구수가 약 20호, 외지에서 들어 오신 분이라야 마을 한 복판에 예쁜 집 지으신 윤씨 영감님 뿐이고 나머지 분들은 오래 전 부터 치악의 늑골을 파 헤집으며 기대 살던 분들이다 그 중 좀 특이하다 싶은 몇 몇 중에는 거 참! 뭐 그 정도로...싶을 정도의 절도 전과로 별이 몇개라는 노총각 동갑내기 한석이와 일주일에 8일, 2월달 달력에도 31일을 채워 넣고 술만 퍼 마셔 온 공로를 뼛속 깊이 새겨 온 아내가 인사도 없이 튀어 버려서 결국은 맘 놓고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한살 아래의 성국이, 이 둘은 마을 모두의 부양 가족이자 마을 안에서 만들어지는 어느 술판이든지 초대불문 청탁불문 장소불문 남여불문 그리하여 생사불문의 경지까지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7]

장마라는 단어는 국지성 호우 또는 집중 호우 정도의 표현으로 대체된지 오래인듯 하다 그 여름은 몇일 동안 무겁디 무거운 구름들이 치악의 척추를 동,서로 넘나 들며 지리한 비를 뿌리고 있었다 송림 우거진 앞산에 뿌려지는 비야 적지 않은 낭만적 풍광으로 보인다 쳐도 반자 위로 때로는 주방과 거실을 관통해서 쥐들이 들뛰는 움막 안은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밤부터 퍼 붓는 비의 양이 심상치 않다 이곳에 짐 들이고 몸 뉘여 살아 온 중에 처음으로 위기감 같은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집 윗 쪽의 무엇이 잘못된듯, 초저녘 부터 집 옆 고랑을 벗어난 빗물이 움막 앞의 마당을 채우고 있었다 랜턴 불을 밝힌채 온 몸을 적셔가며 어찌 어찌 알량한 배수로를 만들긴 했지만 퍼 부어지는 비의 량을 감당하긴...비관적이다 열두..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6]

두 눈 감고 칠흑의 밤길을 걸은듯한 8년, 앞의 글들처럼 흥미있고,재미있고,낭만적이지만은 않은 부대낌과 좌절도 수 없이 많았었다 살던 움막은 먼저 사시던 분이 18년을 살다 나간 곳이니 한 20년 넘게를 주거 공간으로 활용된 셈이다 이 움막을 짓던 시절에 자재가 제대로 있었으랴 포크레인 같은 장비가 있었으랴... 비탈진 터전, 그 중 반듯하다 싶은 한 켠을 오로지 손으로, 삽으로 정리하여 이나마 준비가 되었을텐데 방이야 그렇다치고 거실 용도의 부분이 약간 경사가 져 있었다 강원도...라...그렇겠거니... 그래서 비탈이 져 있겠거니... 그런데 환장 하게도 이곳에서 잠을 자면 처음 잠을 청한 부분은 윗켠인데 잠을 깰 때는 어김없이 아랫 켠으로 굴러와 있고 밥을 먹을때 반대쪽에 앉아 있는 사람은 언덕 위에..

풍경소리 200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