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825

소토골 정착기[5]

가끔 반상회나 대동계 등이 기회가 되어 마을 모두가 모이는 날이면 늘 느끼게 되는 일들, 도대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이 마을의 독특한 정서인가? 허긴 직장 생활을 이유로 늘 겉 돌고 있는 꼴이니 이렇게 모인들 특별히 할 이야기 없는 것도 그렇고, 다만, 마을 내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기는 하다 어떤 일이든 팔 걷어 부치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보니 마을 일들 대부분을 앞장서는 것 같은데 이 바보 남편의 생각으로는 남편이란 사람의 빈자리 까지를 메꾸려는 안간힘으로 느껴져서 그냥 미안하기만 하다 마을 반장이란게 참 쉽지 않은 일, 회보를 돌리고 무슨 무슨 일로 주민들 도장을 받는 일 광견병 예방 주사약을 돌려 주는 일 거기다 홀로이시거나 거동 불편하신 어르신들 탈이 나면 가깝지 않은 시내 병원..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4]

아내가 마을 반장이 되었단다 가문의 영광이지... 그래두 쪼끔 서운하다 나와 동갑인 이장은 저 혼자 두 장이고 마을 초입 장갑 공장 사장은 이장을 두번 했었나 네장 이라는데 이거 뭐, 아내랑 합쳐봐야 한장 밖에 안되는구만... 그런데 밭을 정리하는 일이 생각 외로 커지기 시작한다 숱한 경지 정리 현장이며 토목 공사 현장을 다녀 본 스테파노의 의견 개진 부분도 있었지만 스테파노의 02포크레인으로는 부지하세월이니 06의 큰 장비를 같이 써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집 오름 길이 워낙 협소하고 곡각 지점이 있다 보니 반대편 남의 밭을 지나고 남의 산을 지나는 동안 임도 형태의 진입로를 개설해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 이미 시작은 한 일, 어찌하랴~ 밭 주인, 산 주인 찾아 다니며 설명에 설명, 사정에 사정.....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3]

눈이 온다 이곳으로 옮기기 전 어느 해 설이었는지, 명절 휴가로 여주를 향 하던 중 설 전의 여유 일 몇일을, 기다리는 어머니 무시하고 우리 좋은대로 떼어 먹자, 이렇게 결의한 아내와 나는 오대산 속 방아다리 약수를 향해 무작정 떠났고 그리고 그 풍성한 눈에 감탄을 연발 하면서 뒹굴고 뒹구는 낭만에 흠뻑 빠졌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이 소토골에서 그렇게도 기다리고 원하던 눈에,눈 속에 빠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히 철딱서니 없는 우리 부부는 그 눈 속에서 환호했다 "야~호~오 눈이 온다 눈.눈.눈..." 그 다음 날도 또 눈이 왔다 그 다음 날,다음 날도 또 눈이 왔다 우리는 지쳤다 이제 눈이 오면 땀 뻘 뻘 흘리면서 오름 길의 눈을 치워야 한다는 예각의 현실을 더 무겁게 받아 들일 수 있게 ..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2]

애초에 구한 땅의 넓이가 3.750평인데 삼일 굶은 사람 큰 고기덩이 골라 잡듯...은 아니고 아내의 설명 속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반을 잘라 아랫 부분만 팔자고 내 놓은 땅이나 이 후에라도 윗 부분의 땅이 팔리고 나면 지금 이 상태에서 치악산이 뒷산이 되는 천혜의 조건이 상실되지 않겠느냐?... 다달이 봉급 따 먹기 외에는 특별한 재능도 없고 이재에 뛰어 난 머리가 있는것도 아니니 그저 잘 했군 잘 했어...뿐인데... 첫 봄 부터 엄청 난 걸림 돌들과 숱한 시행착오를 범하게 된다 밭의 맨 윗쪽 부분, 즉 치악과 연이어진 경사밭 2000평 가량은 전에 살던 분이 포도밭을 조성해 놓았는데 포도, 도시에 살면서 사다 먹을 줄이나 알았지...그러니 그저 나무 있으면 저절로 달려서, 익어서, 먹으면 되겠거니..

풍경소리 2005.05.12

소토골 정착기[1]

굴곡 심하고 경사 심한 움막의 오름길로 이삿짐을 옮기던 날, 비가 왔는지 혹은 눈이 내렸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4월의 넷째날 임에도 추웠다 낯 설고 낯 설고 낯 설어서 등 시리고 외롭게만 느껴지는 마을 풍광들 큰 짐은 경운기로, 작은 짐들은 마을 분들의 등짐으로 옮겨야 했는데 마을회관 방송으로 모이신 마을 분들 대부분은 이삿 일을 도와 준다기 보다는 도회지에서 들어 왔다는 그리하여 이 마을 평균 연령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데 기여한 정신 나간 젊은 부부의 세간살이 구경 정도로 모인듯...보였다 이건 뭐 저건 뭐 뒤뚱거리는 경운기로 실어 올린 피아노를 헛간 한구석에 넣으며 자기들끼리의 은밀함으로 등 돌린채 나누던 헛 웃음도 보았다 식기 세척기를 이상한 냉장고라고 만져 보고 두드려 보는 아주머니들 뒤에서 ..

풍경소리 200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