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진정한 먹거리를 위하여

햇꿈둥지 2005. 6. 14. 16:41
 
 
                                                                               [소토골 감자밭]
 
나무만 그늘을 거느린다는 것은 도회의 가로수에 익숙한 다분히 도시민적 상식이다
사람의 힘으로 갈아 엎어지고 작물이 심겨진 식부면적 이외의 밭둑에는 이제 쑥이며 망초,달맞이꽃 등 등이 나무만큼 키 자람을 하여 나날이 울울창창이다
여기서의 문제,
유기농 이거나 자연농 이거나에 관계없이 최소한 어느 한 부분이라도 실천해 보겠다고 덤비던 어설픈 농삿꾼들의 대부분이 식부면적이 아니니 무슨 상관이랴...제초제를 퍼 부어 버리는 실수를 하곤 하는 부분이다
밭둑은 물론 작물이 키워지는 부분은 아니나 재배되는 작물에 사는 해충과 익충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먹이 사슬을 이루어 가는 이동 경로 구실을 한다고 보아야 한다
자연은 어느 것 하나 개체적으로 존재 할 수 없다
어울림이고 짜임이다
먹음이고 먹힘이다  
이 밭에서 거두어지는 것을 내가 먹고 산 뒤에 내 스스로를 그들의 먹잇감으로 내어 주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 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오로지 사람다움만을 척도로 삼고 있다
이건 어쩌면  자연 속에서 가장 큰 오만이며 오판이며 오산 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감자 밭 고랑에 박스를 깔았다
유월부터 지천으로 솟구치는 풀들을 우리 둘만의 노력으로 맞서기에는 부담 한계 밖이라는 것을 벌써 10여년의 경험으로 깨우치고 있음이다
문제는 박스 겉면에 인쇄용으로 사용된 잉크류가 문제...
제초제 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모은 결과 이지만 어쨌든 이마져도 썩 흔쾌한 방법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고추 밭 고랑에는 검은색 비닐막을 깔아 보기로 했다

과수원의 나무 아래 잡초 억제용으로 만들어진 것 이라는데 어찌되었건 주변의 사용자 경험을 들어 본 바로는 박스를 깔기 보다 선택에 망설임이 없었다

이 또한 문제는 추가 비용의 문제,

거금 10만원을 들여 이걸 깔기는 했지만 실제로 올 한해의 농사 소득에 대한 원가 계산도 없이 밭갈고 씨 뿌렸으니 이 문제는 왈가왈부의 가치도 없다고 하겠다

도시에 살고 있는 친지 중 상당 수의 가족들이,

특히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가족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시대용어로 등장한 아토피,

내 어릴적엔 도장부스럼...정도가 아이들 모두의 명찰처럼 붙어 다녔을 뿐인데 직접 목도 되거나 티븨를 통해 보여지는 실상들은 너무 참혹하다

이 알량한 실력으로 거두어진 먹을거리들이 도시 속에서 살아내야 하는 그들에게 건네져 진정 오염되지 않은 초록 세포로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만 있다면 나는 이 시대 진정한 농삿꾼이다 

 

 


 
 
사람의 만남도
사람의 관계도 점도는 점 점 떨어져서 사랑 보다는 반목이 더 커져만 가는 세상,
옛날 보다 훨씬 많은 먹을거리들이 기름져 넘치는 거리,
다이어트가 시대적 주술이 되고
비만은 죄악이 되어버린 세상,
집안의 가스렌지가 불꽃 뿜어 음식을 조리하기 보다는 조악한 시장의 믿지 못 할 먹을거리들과 쉽게 손 잡아야 하는 세상,
 
먹는다는 문제는 다만 '안전'해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 '생존'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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