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겨울 건너기

햇꿈둥지 2005. 5. 28. 20:40

 

세번의 눈이 내렸으므로

산골 마을은

세겹의 겨울에 갇혀서

동구 밖 이거나

엉성한 빗살처럼 늘어 서 있는 능선의 나목 사이를

쉽게도 드나드는 삭풍들

기어이 

문풍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 서는 밤,

이제는 세상에 없이

빛바랜 표정으로 벽에 걸린 영감님 사진이나

어둠 속 조그맣게 누운 할머니 표정이나

떠남이나 남아 있음 따위로는 구분이 되지도 않겠거니

웃목에 아무렇게나 놓인 감자 바구니만

억센 힘으로 봄을 꿈 꾸고 있는지

섣부른 새싹들 파릇도 하구만

내일 아침은

아주 일찌감치

아궁이 가득

봉화 같은 불이라도 피우리라

박제된 계절 속을

유일하게 너울 거리거든

내 살아 있음의

안부가 되라고...

 

(잃어 버렸던 글 하나 파일 뒤져 찾아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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