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눈이 내렸으므로
산골 마을은
세겹의 겨울에 갇혀서
동구 밖 이거나
엉성한 빗살처럼 늘어 서 있는 능선의 나목 사이를
쉽게도 드나드는 삭풍들
기어이
문풍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 서는 밤,
이제는 세상에 없이
빛바랜 표정으로 벽에 걸린 영감님 사진이나
어둠 속 조그맣게 누운 할머니 표정이나
떠남이나 남아 있음 따위로는 구분이 되지도 않겠거니
웃목에 아무렇게나 놓인 감자 바구니만
억센 힘으로 봄을 꿈 꾸고 있는지
섣부른 새싹들 파릇도 하구만
내일 아침은
아주 일찌감치
아궁이 가득
봉화 같은 불이라도 피우리라
박제된 계절 속을
유일하게 너울 거리거든
내 살아 있음의
안부가 되라고...
(잃어 버렸던 글 하나 파일 뒤져 찾아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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