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술 집 하나 찾습니다

햇꿈둥지 2005. 5. 13. 15:40

 

 

 

 

하루 해가
벌겋게 열뜬 모습으로 서산을 넘는 시간쯤,
등 굽도록 힘겹게 하루를 건넌 사람들
오거니
가거니
인사도 필요없이 제 엉덩이 편한대로 걸터 앉아
우리 이날껏 살아 온 모양대로 얽히고 찌그러진 주전자에

찰랑~허니 채워진 막걸리를
안개빛 한숨이 또아리져 들어 있는 가슴에 붓고 붓다가
이제 그만 한숨도 지겨워
에라이~ 육자배기라도 한자락 늘어 놓던가
건너 편에 앉은 친구 상판대기 같은 각설이타령이 늘어져도

그려~
니 팔자가 내 팔자
어차피 술에 취하기 보다는 우리 삶에 취해 제멋대로 악다구린데
나라구 못 할소냐
좁은 술청을 흥건하게 채운 뒤에

언제 본 놈인지...
사는 꼬라지가 부랄 친구만 못 할 것도 없으니
덥썩
잃어 버린 세월을 끌어 안듯 부둥켜 안고는

이거 봐
이거 봐
나 처럼 해 봐
그래두 폼새 보다는 시원 하다구...

대가리 처 박고 오줌을 깔기던
어느 집 담벼락이었는지

술빛 반
불빛 반이 가물 거리는 뉘깔속에
성의없이 그려진 가위 하나가
어름 어름
경고의 이빨을 갈고 있는...

이런 술집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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