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살맛나는 시골살이

햇꿈둥지 2005. 5. 12. 17:20
박 종구씨...

마흔 초반의 나이에 딸린 아이들도 없이 달랑 마나님과 함께 흘러 들어 왔다...이 마을에...
대충의 짐작으로는 한 사년쯤 되었지 싶은 시간들을
그 부부는 호릿병 속 같이 외진 마을 윗편의 웃새골에 터를 잡아 살기 시작 했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시골살이
들리는 얘기들로는 어디 먼 대처 살이에 실패한 뒤
수류탄 두개
권총 하나...만 가지고 마을엘 들어 왔다 했었다

가진것도
아무 기반도 없는 시골살이이니 마을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없었고
어쩌다 모임이 있어 자리를 함께 해도 그들 부부는 늘 구석진 자리에 옹크려 앉아야 했었다
그 홀대가 민망해서
가급적이면 옆자리를 비워 자리를 마련해 주고
술잔 건네며 말도 걸어 보고...그렇게 내 가슴 한 쪽이라도 건네 주고 싶었었다

그런 그가
올 봄 부터는 눈에 띄게 자기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억척스럽게 살아 낸 결과 이겠지만
제법이다 싶게 농기구를 마련해서는 이 집 저 집 일을 거들어 주거나 품앗이도 하고...마을 안에서의 자리매김을 해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봄볕보다 눈부시게 좋아서
일 없이 소찬박주의 술판을 벌여 끌어 앉히곤 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밭을 갈아야 했으므로 트랙터에 의한 로터리 작업과
경운 뒤의 고랑을 만들기 위해 별도로 소를 끌어야 하는 작업들이 순서대로 줄을 서기 시작 했는데
이런 우라질...
작년에 멀쩡하게 이 일을 해결해 주었던 이장이
올 봄에는 우사를 늘려 짓는 일 때문에 제 밭 갈 새도 없다하니 큰 낭패였다
이런 중에
이 사정을 알게 된 박 종구씨가
낮 동안 집이 비워진 사이에
로터리 작업이며 이랑을 짓는 일 외에도 이런 저런 파종 전 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끔히 해결해 준 것이다

아이구 참 이거~
이 웬수를 또 어찌 갚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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