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초라한 지붕 가난한 불빛

햇꿈둥지 2005. 5. 13. 14:28


 

 

근 3년에 걸친 공사 끝에 산꼭대기 오막살이는

튼튼한 바닥 위에 꽂꽂한 기둥을 세워서는 초라한 지붕 하나를 얹음 으로써

명실공히 집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지  

 

"불을 어떻게 할까?"

 

아내 손잡고 시내 조명기구 가게를 둘러 보았더니

울긋불긋 삐까번쩍 주렁주렁...뭐시 저리 매달린 건 많고...

 

"반사빛을 배가 시킴으로써 은은한 간접 조도를 높여 샹데리아로써의 품격을 완성 시켜 준다..."미사여구를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 쏟아지듯이 쏟아내는 법을 익힌 뒤에 개업을 했을거야 그러지 않고는 어떻게 저렇게 조명기구들을 극찬해서 사람을 홀릴 수 있겠어...

 

불행 하게도

우리가 3년을 뚝딱거려 지은 집은 흙벽에 말뚝 같은 기둥을 세워 지은 집,

가능하면 손으로 손으로...하자고 문짝이며 씽크대, 그릇장,

 

 

 

 

 

 

 

 

 

 

 

 

 

 


 

 

하다 못해 문의 손잡이 까지도 직접 만들어 달아 놓았으니 그 서툴고 투박한 집안에 도시 아이처럼 맬꼼한 조명기구를 달아 놓은들 어울려 폼이 나겠는가?...

 

"우리 전기 없이 그냥 눈에다 불을 켜고 살면 되지 않을까?" 이 따위 맥빠진 소리를 깔깔깔 나누며 원주 장판을 한바퀴 돌다가 언뜻 눈에 띈것이 소품용 패랭이 였다

알전구의 소켙 세개를 병렬 연결하여 조도를 높이고 패랭이를 갓으로 덮음으로써

초라한 지붕 아래의 가난한 불빛은 비로소 어울림을 얻게 된 것이다

 

문제는 필요한 수는 많은데 어디 패랭이 공장을 만난 것도 아니고

더구나 오일에 한번 열리는 시골 장이니

같은 수량을 확보 하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어서

결국은

중간의 사진 처럼 비슷한 녀석 몇을 골라 그럭저럭 일을 정리해 버렸다

 

 

 
 
이런 형편에 집을 짓는 동안 잔 궁리를 여기 저기 적용해 놓은 꼴이
윗 사진 처럼 벽에 벽감을 설치 하고는 그곳에 수면등을 설치하려 했던 일이지
자는 동안 어찌 직광을 피해 은은한 빛을 얻을 수 없을까 궁리 끝에 지난 가을
떨어져 발에 치이던 나뭇잎들을 모아 그렁 저렁한 차광막을 설치했고
낙엽을 관통하는 동안 그 나뭇잎 색으로 휠터링 되어 실내에 고인 빛이 참 은은도 하더니만
화무십일홍 이라고
겨우 지내고 나니 그저 버석하게 메마른 갈색 뿐...
 
그래도
내 손 꼼지락 거려 만들고 붙이고 했던 것 들이니 어느것 하나 선뜻 떼어 버려지지 않는
이노무 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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