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잉태한 죄 하늘이여! 숙명처럼 고개들어 온 여름 뙤약볕을 받고 보니 아하~! 온 천지 노을 피빛으로 물들고 추녀 끝에 아무렇게나 삭풍이 휘감길 때쯤 그대 알알이 내 가슴 채우고도 남는 것을... 풍경소리 2005.05.12
가을 시름 여름내 초록의 가슴 풀어 헤치고 흥청대던 바람은 능선 넘어 저잣거리로 떠난지 오래건만 제풀에 떨구어진 나무잎들 모아 겨우 제 발등만 옹크려 덮고도 겨울 앞에 의연한 나무들... 이제 속 옷에 겉 옷 까지를 덕지로 껴 입어야 하는 우리는 이 의젓한 나무들 앞에서 어떤 이론들로 자연스러움을 얘기.. 풍경소리 2005.05.12
동화 이젠 민들레 꽃도 져 버리고 참새 혓바닥 만큼씩 하던 연록의 새순들은 일제히 푸르러져서 어느새 의젓한 그늘을 거느린채 순한 오월의 바람에 머릿결을 감고 있었어 돋나물 이거나 뒷 뜰의 참나물 또 취나물과 엄나무 순, 헛개나무 순 거기에 연한 뽕잎까지... 우리는 그야 말로 굶주리고 목마른 채로 갈색 겨울을 건넌 산짐승처럼 주변의 녹색들을 포식하기 시작했어 무쳐 먹고 삶아 먹고 데쳐 먹고 쌩으로 먹고...뱃속 가득 이 봄이 채워질 때 까지 그렇게 말이지... 자연이란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부르짖는대로 그렇게 만만한 건 아닌 것 같아 웰빙이다 뭐이다 난리를 치면서 좋은 음식 좋은 환경 친자연...등 등 등 자연 합일을 획책한 미사여구가 난무 함에도 도시적 우리의 생활 환경 어느 구석이 웰빙이 되고 자연스러워.. 풍경소리 2005.05.12
친구따라 강남가기 부산을 떠난 이 쇳덩어리는 세시간만에 우리 모두를 서28년을 기차 태워 주는 일을 하던 소중한 친구 녀석이 이년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비실 거리더니 급기야는 퇴직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자유인이 되었구나 축하한다... 이젠 맘 놓고 빈둥거려라... 이 친구의 졸업 기념 여행.. 풍경소리 2005.05.12
칠월의 일곱째 날 또 비... 무거운 구름 자락들은 신 새벽부터 아예 산 능선에 걸터 앉은 모습으로 비를 뿌리고 있다 출근 중 인적 드문 시골길, 비에 젖어 걷고 있는 행인 하나를 마주쳤다 차갑고 무겁게 젖어 있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왜 자유라는걸 생각 했을까? 시골 깊은 산 속에도 전원형 호화.. 풍경소리 2005.05.12
널 못 봤지 출근 길, 뭔 노무 차덜은 이리도 많은지 신호등 앞마다 명절 날 돼지 곱창처럼 미어 터지고... 좌회전을 해야겄는디... 겨우 내 차례까지는 될라나? 이런 중에 우라질... 내 앞에서 꼴까닥~ 신호등은 황색으로 까무러쳐 버렸는데 갈 길은 바쁘지 차는 밀리지... 에라~ 몰겄다 눈에다 .. 풍경소리 2005.05.12
장군에 멍군 시골 농협에 남루한 차림의 노인 한 분이 들어 오셨습니다 한참 동안 망설이시더니 어렵게 창구 앞의 여직원 앞에 서셔서는 "저~기 말여! 내가 농사를 좀 지어 볼라 그러는데 돈이 없거든... 여기 저기 알아보니 농협에서 이럴때 돈을 좀 빌릴 수 있다던데 나두 되겠는가?" '할아버지 여기.. 풍경소리 2005.05.12
깨어진 꿈들을 위한 기도 신림에는 현대화 된 가게가 하나,둘,서이,너이,다섯,여섯, 일굽 개가 있구요 농협도 있구요 약국과 약방도 있구요 쪼끄만 의원도 두개나 있구요 장차 진료 과목에는 상사병을 기어이 포함 시키겠다는 의사도 있구요 핵교도 있구 우체국도 있구 불 끄는 소방서와 경찰지서도 있구요 별거 .. 풍경소리 2005.05.12
초저녘 잠꼬대 무어 그리 사연 많은 세월을 살아 왔다고 초저녘 노루 잠에 이승에는 없던 인연을 만나 보랴 어둔 산이 품에 잠든 산짐승 심장 하나를 빌려 벌컥 벌컥 살아 움직이는 이 밤에 가난한 불빛 하나 밝힌 내 집 창은 은밀히 이 산의 내장을 훔쳐 볼 수 있는 창이 되어 살아 있음이 어찌 사.. 풍경소리 2005.05.12
길을 묻습니다 원주 하고도 신림이라는 촌구석은 지척의 거리에 영동고속고로가 동해안으로 뻗어 있는 것 말고도 중앙고속도로가 휭 하니 뚫리고 제천으로 가는 길 영월로 가는 길이 기생 오라비 이맛빡 처럼 뺀도로미 뚫려 있으니 차 있고 신발있는 사람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길에 귀신 길 가듯 내 달아 상원사 오름의 맑은 계곡에 발 담가 희희낙낙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들리는 사람 모두가 물 좋고 공기 좋아 살기 그만 이라는 칭송 이지만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옛날 옛날 흙먼지 펄 펄 날리는 신작로 따라 고무신 가득 넘쳐 나는 모래알을 털어가며 저 먼 원주읍내 까지 나무 한 짐 내다 팔려면 한나절이요 뱃고래에서는 장마철 계곡 물소리 같은 공복의 울림이 지겨웠을 터인데 이것도 세상이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집집마다 가마솥 뚜껑 같은스.. 풍경소리 200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