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친구따라 강남가기

햇꿈둥지 2005. 5. 12. 14:46
부산을 떠난 이 쇳덩어리는 세시간만에 우리 모두를 서28년을 기차 태워 주는 일을 하던 소중한 친구 녀석이
이년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비실 거리더니 급기야는 퇴직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자유인이 되었구나 축하한다...
이젠 맘 놓고 빈둥거려라...

이 친구의 졸업 기념 여행에
우리 부부는 깍두기가 되어 찡겼습니다
부산까지 밤새도록 이동을 하여 자갈치 시장을 한바퀴 돌고 케이티엑스를 타고 가기 싫은 서울로 간 뒤 다시 원주로 돌아 오는 친구의 표현으로는 여행이나 제 느낌으로는 완벽한 극기 훈련을 치룬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주변의 몇 몇 분들은
케테엑스도 타 보고...출세 했다...인데
저희 촌 부부는 전혀 아니 올시다... 입니다

짚신을 괴나리 봇짐에 담고 천리라 한양 길을 떠나 이 강산 저 강산 둘러 보며 해거름에는 재 아래 주막에 묵어가던 시절,
자전거가 생겨 나고
자동차가 생겨나서
우리의 이동 속도는 어마 어마한 변화를 거듭해 가고 있는 중인데

인류의 발명품 중에 손꼽을 만큼 대표적인 것은 '바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획기적인 발명품은 '도로'라는 선행조건이 이행 되어야만 그 실효성을 갖는다는 것이지요
바퀴를 매단 수없는 쇳조각들이 '도로'라는 한정 여건에 묶여 도로아미타불을 연발하던 차에 쫌 더 획기적으로 달려 보자고 태어난 케테엑스는 환장하게도 빨리 달리더만요
울로 옮겨 놓았으니까요...

달리는 동안 옛날 기차 여행의 향수로 창밖을 내다 보았지만
저 먼 곳의 풍경 말고
기차 가까운 곳의 풍경을 보다가는 이내 멀미증세가 몰려 왔었습니다
그러면서의 느낌들...
이렇게
빨리
더 빨리,
달려야 하는 우리들은 근경을 감상하지 못하게 하는 이 못된 현상으로 인해
가까운 곳,가까운 사람들,이웃에 대한 사람의 정을 잃어 버린채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바보들이 되어 가고 있음이 분명 하다...는 바보의 생각이지요

언젠가
이노무 케텍스보다 훨씬 진보된 속도의 개념으로는 자기부상열차나 그 이상의 어떤 기술적 진보 상태로 발전해 가겠지만
그렇게 극기훈련을 마치고 초록 바람 휘감아 돌 뿐,
정지해 있는듯한 소토골의 내 집에 들어 사방을 휘둘러 보며
겨우 겨우 제 정신을 수습한 나는 이 시대에 퇴보를 자초하는 우둔한 생물 이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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