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 전령사

햇꿈둥지 2005. 8. 28. 20:29
 

 
아이가
한 아름의 여름을 안고 찾아 왔다가
개강 이라고 돌아 간 날 부터
저 작은 몸 어디서 저런 소리가 날까 싶도록
귀뚜라미 낭낭하게 울더니
어젯 밤에는
연초록 고운 불빛을 꼬리로 흘리며 늦반디 한마리 창가를 기웃 거렸습니다
 
깨어 나기 보다는
저 두꺼운 안개의 장막을 걷어내듯 찾아 오는 아침
 
문득
가을 입니다
 
 

 
[의림지 물넘이:자연 계곡의 끝으로 넘치는 물은 폭포를 이룰만큼 낙차가 크다]
 
이 가을의 어느 하룬들
손 쉬어 편 할 날이 있으랴마는
사람이 일을 만들어 일에 사람이 묶일 바에야...
한낮 뜨거움을 잠시 피해 보리라는 핑계는 기어이 몸을 집밖으로 몰아내어
멀지 않은 주변을 휘돌아 칩니다
 
영남, 영서, 영동의 기준이 되는 령(嶺)이 태백준령인 것이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이지만
호남, 호서의 기준인 호(湖)는 도대체 어느 곳 일까??
이 궁금증을 의외의 만남으로 해결 했습니다
 
 

 
집을 나서 삼십여분 운행거리에 있는 제천 의림지를 둘러 보다가 만난 안내판 하나,
삼한시대에 축조 되었다는 이 유서 깊은 장소는 이제 역사적 의미로 보다는 도시민들의 유흥지로 더 활기차 보여서
이 안내판 아래에서 역사적 의미를 새겨 보기 보다는
이런 저런 군것질감을 파는 상점 앞이 북적이고
알록달록 고운 옷으로 사진 찍기에 더 열심인 풍경들...
 
산 넘고
물 건넌 잠시의 소풍길을 마치고 돌아 와 보니
너른 밭 고추들
가을빛으로 붉게 익어져서 손 보다 먼저 마음 바쁘게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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